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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어느 정도 배려하는 것이 옳을까?]
영업에 있어 배려가 가장 중요함은 필수불가결이다.
상대방을 신경 써서 더 배려해주면, 영업을 따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후 문제가 발생해도 영업 담당자에 대한 신뢰도로 인해 업체 대표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곳에서 역으로 더 좋은 제안이 들어와도 신뢰 하나 때문에 제안을 거절하면서 우리 쪽 서비스를 고집하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짧게나마 결제사 영업직에 몸을 담궜을 때, 미팅 때 배려심을 다해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제공받을 수 있는 혜택 등을 최대한 제안드렸고, 혹시나라도 불편함을 느끼면 최선을 다해 그들의 시선에 맞춰 분위기를 이끌어갔다. 덕분인지, 이후에도 계속 친절히 전화를 받아주시고 사용중인 서비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쪽 서비스로 교체하겠다는 결정을 직접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다 현재 회사를 옮긴 지금, 여전히 예전과 같은 자세로 국내외 협력업체들을 배려심있게 대하고 있다. 국내업체의 경우, 같은 한국인이고 같은 회사원 신분이라 그런지, 배려를 다하고 있음을 잘 이해해준다. 가급적이면 이슈대응이나 문의응답도 빠르게 처리해 그들이 본인 회사 업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내 쪽에서 선제적으로 노력했다. 때문에 계약 연장 또는 신규 계약을 맺자는 약속도 종종 받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업체에서도 일부는 이러한 배려심을 이해하지만, 일부는 이를 본인의 이득에만 활용하는 모습을 보일 때도 있다. 이럴 때면 이들을 위해 내가 얼마나 배려해줘야 하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최근 거래중인 베트남 판매업체 중에 따이공(소규모 보따리상)들이 같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팔고 있으며, 본인들은 마케팅 및 운영 비용을 고려해 나름 합리적인 가격대를 설정해 판매하고 있는데 공들여서 인지도 높인 제품을 다른 업체에서 더 싸게 팔아서 본인들이 힘들다고 징징대는 중이다.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내가 소속된 본사도 한국시장 내 재판매로 인해 타격이 있고, 해당 업체들 대상으로 소송도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동일한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에 최대한 그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위로해주고, 공감해주고, 자연스럽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를 물어봤다.
그러자 들어오는 요구사항이 "면세점에서 우리 제품 못 사게 해줘, 더 적게 판매하게 해줘, 너희 자체 쇼핑몰에서도 묶음 판매 줄여줘" 였다.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힘들다지만, 이렇게 막무가내 스러운 요구사항은 무엇이란 말이냐... 베트남 판매현황 유지를 위해 국내 판매율을 줄이라니... 말이야 방구야....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그들이 왜 위와 같이 요구를 했는지 먼저 파악했으며, 그 근거를 토대로 본사에서 줄 수 있는 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어차피 재판매 이슈는 완벽히 제거가 힘들다. 오히려 해당 판매 채널에 대해 인지도를 높고 견고하게 잘 쌓아둔 상황이니 새로운 상품으로 고객들을 유지하는 방향성은 어떨지를 제시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업체는 이해하는 척 반응하다가 결국 위에서 했던 말 똑같이 반복하며 "~해줘"를 연달아 외친다.
해당 업체는 과거에도 계약에 명시된 내용을 준수하지 못하기도 했고, 본인들 탈세를 위해 특정 업무를 요청하기도 했다. 왜 준수 못했는지 이해도 해보려 했고, 왜 특정 업무요청을 못 받아 주는지 설명도 해줬다. 하지만 귓등으로도 안 들을 생각인지, 귀찮은 업무를 몇 번이고 요청한다. 그런 와중에 미팅에서도 저렇게 자기주장 밖에 못하니 솔직히 괘씸 스택 최대치로 채운 기분이다.
너무 배려해준 것일까? 더 단호하게, 차갑게 대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요즘 든다. 해당 업체는 매출이 나쁜 편은 아니기에 가능하면 계속 관계를 유지할 생각이지만, 만약 내가 단호하게 행동해야 할 부분에서 단호했다면 이렇게 막무가내 같은 요구사항들이 잠잠해지지 않았을까? 아니면 어떤 태도를 맞이해도 해당 업체는 똑같이 행동했을까?
고민이 깊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