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워드 04. 0 그리고 1
이제는 옛날말 처럼 느껴지는 단어가 있다. 바로 '디지털'
스타트업과는 땔래야 땔수 단어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아날로그와 달리 디지털은 2진법으로 0과 1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0과 1로 세상을 이토록 많이 변화 시켰다는 것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0과 1사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하지만 디지털은 어찌 보면 대단히 이분법적인 사고처럼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일부 스타트업의 대표들-특히, 대표병이 걸린 이들-은 0을 '망함'이라고 보면 1은 '성공'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엄청난 큰 착각이다. 0은 '망함' 이 맞다. 하지만 1은 '성공'이 아니라 '안망함'이다. '성공'은 아예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마치 멀티버스같은 그런.
이 나라의 스타트업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2008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2008년은 아이폰3이 이 나라에 처음 출시된 해이다. 그 전에 '벤처'라는 이름으로 많은 IT회사들이 생겨났고 또 사라졌다. 나의 기준에서 '벤처'와 '스타트업'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은 그 기술과 서비스가 웹기반인지 앱기반인지이다. 이에 2008년 이후 이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급속도로 발전했다고 보는데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초기의 여럿 우여곡절을 격고 대단히 보수적으로 잡아서 2010년 부터 생태계가 작동을 했다고 해도 이제 15년 정도 된 생태계이다. 이 기간 동안 우리가 상상도 못할 만큼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지금 이 시점에 일반인들이 아는 스타트업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곳이 몇곳이나 될까?
많이 잡아야 20개 정도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들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인물이라서 내가 직접 사용을 하지 않는 서비스이지만 알고 있는 정도이다. 일반인들은 글쎄?
초기 스타트업들 대표들이 하나같이 하는 똑같은 말이 있다. 마치 학원에서 배우기라도 한 것 처럼.
'생존이 최우선이다'
난 이 말에 어떠한 이견도 없다. 당연히 생존이 중요하다. 근데 이 말은 '성공'으로 가는 길은 아닌것 같다. 그저 '안망함'으로 가는 길일 뿐.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하겠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2년, 15명이 되기 전에 결판이 난다. 망하거나 안망하거나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거나. 안타깝게도 80%는 망한다. 그리고 나머지 20% 중 90%는 안망한다. 나머지 10% 정도만 성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 숫자상으로 보면 100개가 창업을 하면 80개는 망하고 18개는 안망하며 2개는 발판을 마련한다. 적고 나니 이것도 너무 크게 잡은거 같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너무 부정적인거 아니냐'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근데, 안타깝지만 사실이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이 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사실'을 이야기 하면 '부정적'이라고 하고 '포부'를 이야기 하면 '허황되다'고 이야기 한다.
아무짝에도 도움되지 않는 근성이니 이 글을 읽고 계신분들이라도 그러지 마시길 바란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