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키워드 03. 커뮤니케이션
요즘 채용공고를 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각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바가 천편일률적으로 작성되어 있고 직무와 상관 없이 마지막에 항상 붙어 있는 이 역시 천편일률적인 문장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사람'
어느 조직이든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특히, 스타트업 처럼 작은 조직에선 더 그렇다. 하지만 채용공고에 항상 저 부분이 적혀 있다는 것은 현재 원활하지 않거나, 원활하지 않은 누군가가 합류해서 어려움을 겪었거나, 그것도 아니면 현재 원활하게 되고 있으니 그렇지 않은 자가 와서 망치지 말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나의 답은 '질문에 답을 잘 하는 것' 에서 부터 시작한다.
답은 질문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나뉠수 있다.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면 되는 답' 과 '사실을 설명해줘야 하는 답'이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누군가 근처에 가까운 지하철역이 있냐고 물어 보면-본인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있다, 없다로 답을 해 주면 된다. 친절한 사람들은 가는 방법까지 함께 설명을 해 주겠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그냥 있는지 여부만 알고 싶을 수도 있으니. 그 후에 어떻게 가는지 알려 달라고 하면 그때 가는 방법을 알려 주면 된다. 이때 전자의 답은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주면 되는 답' 이고 후자가 '설명을 해 줘야 하는 답'이다.
근데 이 나라사람들은 저 답하는 걸 참 못한다. 그냥 답만 해 주면 되는 질문에 자꾸 답을 하지 않은 체 설명을 하려고 한다. 그렇게 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질문을 한 사람은 그 설명을 들으면서 답을 유추해내야 한다. 그리고는 질문한 사람이 답을 못알아 먹는다고 불평을 한다. 이렇게 커뮤니케이션의 악순환은 시작 되는 것이다.
저런 현상은 잘못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에서 기인한다. 즉답을 하면 버릇이 없다는 둥, 말대답을 한다는 둥 하는 그런 잘못된 교육에서. 난 어릴 때 부터 꾸준히 말대답을 했었고 그에 동반되는 선생들이 자행하던 학교 폭력을 무수히 당했었기에 지금 그나마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는 아저씨 수준이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개선 할 수 있을까? 별수 없다. 그냥 해 보는 수 밖에. 가장 편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내가 항상 추천하는 방법은 매일 같이 듣는 질문인 "오늘 점심 뭐 먹을까?"에 대해 즉답을 해 보는 것이다. 저 질문에 정확한 답은 "너 먹고 싶은거"도 아니고 "아무거나"도 아니고 "난 아무거나 괜찮아"도 아니다. 모두가 '답'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냥 나의 '의견'에 불과하다. 저 질문에 정확한 답은 "김치찌개" "순대국" "돈까스" "햄버거" 등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면 항상 '난 정말 아무거나 괜찮아서 그렇게 말하는 거다'라고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그러니까 하나 정해서 답을 해 보길 바란다. 아무거나 정말 괜찮으니까. 본인이 말한 답이 까여도 아무 상관 없을 테니.
망하는 스타트업들에서 자주 나오는 말버릇이 있다. 누군가 무언가를 물어 보면 바로 즉답을 못해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항상 '생각해 보고 알려 줄께요' 혹은 '논의해 보고 알려 줄께요' 라는 답을 한다. 그리곤 생각도 안해보고 논의도 안해보고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의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그게 막혀서 스텐트 시술을 해야 할 정도가 되면 스타트업은 그걸 견딜 만큼 강한 조직이 아니다. 그렇게 스텐트도 해 보지 못한체 사라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커뮤니케이션은 무조건 쌍방과실이다. 자꾸 상대방이 말을 못알아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이들이 꽤나 많다. 하지만 말을 못 알아먹게 하는 본인 잘못도 무조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지만 비로소 '원활한'이 성립될 수 있는 필요조건이 만족되는 것이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