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쉬는 청년, 나다. 사회적 관계도 끊어진지 오래다. 서른은 넘었고, 아직까지도 직장은 없어 빌빌대고 있는 내 스스로 썩 당당하지 못하다고 여기는게 가장 우선되는 이유일터다.
나도 내가 이러고 있을 줄 알았겠으랴. 철 없고, 물정 모르는, 그 어리던 나는, 그저 막연히 어떤 국제적인 무대에서 나의 열성을 다하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국적, 성별, 가정 환경, 그 모든것에 제약을 해소시키고 모두가 고유한 자아실현을 이룩할 수 있는 터전을 다지는데 내가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을거라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나는 내가 그리던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꺼이 헌신할만큼 사명감 있는 인간이 아니었고, 현실적인 장애물은 어떻게든 될거라며 눈을 돌리고, 이상만 바라보는 애송이였음을 자각하게 되었다.
실망은 엄청났다. 난 분명히 내가, 그런 반짝반짝한 사람이 될거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현실성 없는 일개 망상가였음을 들키게 됐으니 말이다.
그후로 내 장래에 관한 모든것에 확신은 없어지고 의심만 팽배해졌다. ‘이 길로 가는게 맞을까?’ , ‘내가 또 보지못한 부정적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 , ‘다시 도망치고, 다시 나에게 실망하지 않을까?’ 등등, 그 모든 결정에서 불안이 먼저 들고, 나를 믿지 못했다.
그렇게 2-3년, 점점 부끄러움이 커졌다. 직장에 자리잡고, 결혼도 한다는 주변 소식이 들릴때마다, 그저 나동그라져있는 내가 참 깝깝하더라. 나는 왜 그런 쓸데없는 꿈을 꿨을까라고 후회도 많이 했다. 그냥 남들처럼 어디 회사든 닥치고 들어가서 먹고 살기만 하면 됐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