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 오는 날이 참 좋다.
비 냄새가 좋았고, 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어딘가에 부딪히는 소리, 비에 젖은 거리를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모든 게 좋다.
'내가 왜 비를 좋아하게 됐지?' 라고 생각에 꼬리를 물어보았더니, 가장 유력한 이유는 누님과 함께한 시간이 좋아서 비를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전 글에도 잠시 언급했지만 아버지 사업 실패 이후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때 어머니께서 장사를 하고 계셔서 집에는 거의 안 계셨는데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을 누님과 함께 보냈다.
그 당시 나는 천둥을 많이 무서워했었다. 그래서 천둥이 치는 날이면 누님께서 에어컨도 없는 그 좁은 쪽방에서 나와 함께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어주었다.
한여름 장마에 둘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더울 법도 한데 나는 그게 참 따뜻했다. 아마 내가 비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때 누님과 이불을 쓰고 낄낄 거리던 그 추억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여러분도 소중한 추억이 있지 않으신지요?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소중한 추억이 하나쯤은 있으실 텐데 오늘 하루도 그 소중한 추억을 생각하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아... 참고로 아주아주 큰 어른이 된 지금도 천둥은 무서워합니다.
저보다 더 늙어버리신 누님한테 같이 이불 덮고 있자고 창피해서 못하겠네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