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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좋은 일이 아닐수도, 나쁜 일이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이제 막 2년차를 넘어가던 때, 서울에 있는 어느 기업 면접을 봤습니다. 도심 한 가운데 큰 빌딩 숲 중 2개의 층을 사무실로 쓰고 있는 회사였습니다. 그 앞에 조금만 더 나가면 코엑스가 있었는데 매번 뉴스에서 보던 곳에 오니 마냥 신기하더라구요. 면접 후 그 곳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이 회사에 입사해 가끔 월급을 받는 날에는 여기와서 솥밥을 먹어보리라 했습니다. 당시 면접은 나쁘지 않게 봤다 생각했는데,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뭐, 속상하지만 저는 여기까지겠거니 했습니다. 거기에 계신 디자이너분들과 함께 얘기했던 것 자체가 너무 좋았거든요. 리서치에 기반한 문제정의, 가설 설정과 검증,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프로덕트가 멋있었고 저도 함께하고싶었습니다. 다른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종종 그 디자이너 분들이 생각나더라구요. 그래서 서울로 이직을 다 마친 후에, 그때 면접에서 뵈었던 디자이너 한 분께 연락을 드리게되었습니다. 연락을 하고보니, 놀랍게도 퇴사를 하신 상태였구요. 상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좋아보였던 조직문화, 같이 시너지를 내며 일할 수 있는 동료들, 마음에 드는 프로덕트까지. 왜 퇴사하셨는지 조심스레 여쭤보니, 너무 좋은 경험이었지만 갑자기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사람들을 대거 정리해고 했다고 하더라구요. 그 분은 주니어였지만, 많은 주니어들이 정리해고 대상으로 포함되었다고합니다. 그때가 제가 면접본지 5개월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제가 만약 합격을 했더라도 입사한지 1-2달만에 정리해고 대상이 되었을 거라는 뜻입니다. 저는 지방에 살고있었기때문에, 집까지 구해 서울로 올라와야했는데요.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을 저의 또 다른 미래를 생각하니 아찔해졌습니다. 쉽고 흔한 말이지만 겪기 전에는 와닿지 않는 말들이 있습니다. 저에겐 그 중에 하나가 '좋은 일이 좋은 일이 아닐수도, 나쁜 일이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였는데요. 지금 정답이라고, 좋은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아닐수도 있더라구요. 반대로 정말 안타깝고 화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좋은 일로 돌아올 수도 있구요. 일희일비 하기보다, 지금 내가 발 디딘 곳에서 최선을 다해야겠구나. 지금 이 자리에서 행복해야겠구나. 오늘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묵묵하게 자기 일을 하다보면 좋은 일도 나쁜 일도 흘러갈테니까요. 어른들이 이런 일을 겪으면서 점점 초연해지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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