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단상 - 나의 가장 밑바탕에 있는 사람
“‘내가 정말 못하는 일을 직업 삼기로 했구나’ 싶었어요. 한 페이지만 읽어봐도 ‘잘 쓴다’ 싶은 애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게 저는 아니었던 거죠.”
“쉽게 쓰는 사람은 고민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요. 영화를 찍는 일도 그래요. 처음에 잘하던 사람들은 곧 사라져요. 너무 쉬워서 그런가 봐.”
정 작가는 믿은 겁니다. 고민을 연마하면 방법이 되고, 방법은 한 걸음씩 나아갈 길을 열어줄 거라고.
“저는 아침에 출근하면 가만히 앉아 있어요. 20분 정도? 그럼 머릿속에서 막 지나가요. 어제 있었던 일, 최근에 억울했던 일, 사람들이 얘기했던 것까지 스쳐 가죠. 한참 지나면 흙탕물이 가라앉듯 고요해지고 ‘쓸 수 있는 자기 자신’이 나타나요.
그 사람은 시나리오의 등장인물이 아녜요. 나의 가장 밑바탕에 있는 사람. 내가 쓸 이야기를 진실하게 바라보는 자기 자신이죠. 그러한 자기 자신을 만날 때 진실한 시나리오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정 작가는 웃으며 덧붙였습니다. “그런 자기 자신을 만나려면, 중간에 온라인 쇼핑으로 빠져선 안 돼요.” ‘쓸 수 있는 자기 자신’을 고요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거예요.
- 8/12(월) 롱블랙 중에서
글쓰기가 영 안 되는 날이 있습니다. 어떤 분은 제게 인풋이 충분하지 않아서라고 하셨어요. 가지고 있는 자원이 부족하니까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없는 건 당연한 거라고요. 그러니까 책을 많이 읽고 영화를 많이 보라고 하셨어요.
최근에 뵌 분은 매일 꾸준히 글을 쓰셨다고 해요. 글이 안 써져서 괴로운 날도 있었지만 일단은 앉아 있는 거예요. 유명한 대문호와 작가들도 뮤즈나 천재적인 영감 덕분에 글을 술술 쓴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 정해진 시간엔 앉아서 글을 쓴다고 하죠.
그렇게 매일 정해진 시간에 나를 차분히 앉히고 있는 연습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했을 때 비로소 '나'를 만나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