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단상]
1. 자발적 족쇄
직장인들은 우스개소리로 대출을 더 받아야 회사에 더 충실하게 된다, 자동차나 집을 사야 회사 생활에 동기부여가 된다 는 말을 종종 한다.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작년 겨울에 삼십대 중반인 회사 후배와 술을 먹다가 결혼 생각이 있는 여친이 있으면 앞뒤 재지 말고 어떻게든 잡아 결혼을 하라고 조언했다. 우리 외모가 차은우나 변우석이 아닌 이상, 우리 재산이 머스크나 이재용이 아닌 이상, 나이 마흔 넘어 홀로 있으면 쓸쓸하고 보기 좋지 않다고. 요새 결혼이 필수는 아니지만 적어도 중간 정도로 인생을 꾸려가려면, 남들이 하는 거는 다 하면서 사는게 좋더라. 결혼하면 책임감에 회사 생활에 더 충실하게 된다고도 조언했다.
나도 결혼안하고 여지껏 솔로였으면 진짜 보잘것 없는 직장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겠지. 아내 말마따나 옥탑방에서 맥주 마시면서 무한도전보며 낄낄 대며 하루를 마무리했을 듯 싶다. 그림이 그려진다. 뭐 물론 자유롭고 내 시간에 내 취미를 즐기면서 재미야 있을 수 있지만,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가 사는 내내 찝찝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 얘기 요새 시대에 하는 게 쉽지 않은 걸 안다.
그리고 더 꼰대 스러운 얘기를 했는데,
결혼 생각이 있고 서로 아이도 원하는게 합의가 되었다면 혼전임신도 나쁘지 않다. 나이 먹어 결혼해서 아이 만들려고 하면 바로 만들어지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더 조급하다. 비용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한살이라도 어릴 때, 아이를 만드는게 낫다.
우리 부부도 첫 애 가지는데 4년이 걸렸고 유산 두번에 시험관 시술로 결국 아이가 생겼다.
2. 결혼과 자유
얼마 전 그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 전에 임신에 성공했단다. 임종을 앞둔 아버지께도 2세 소식을 전했고 그 직후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효도할 수 있었다고 내 조언을 고마워했다.
학업, 졸업, 취업, 결혼, 육아 어찌보면 이런게 인생의 퀘스트처럼 하나하나 깨뜨려야 하는 숙제처럼 보일 수 있는데
그 숙제를 안해도 그만이긴 하지만
해야 한다면, 하고 싶다면 한시라도 빨리 하고, 그 부담감에서 자유를 얻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때를 놓치면 그 시기는 다시 돌아오지도 않고, 놓친 그 시간을 극복하려면 갑절의 노력이 필요할 수도 있다. 꼰대같지만 40대 중반되어 주위를 둘러보니 그게 어느정도 보여서 하는 말이다. 입밖으로 꺼내면 주위 사람들이 싫어할 수 있어서, 글로 어느 정도 정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