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이 문장을 들추면 이 문장을 처음 배우던 고등학교 시절이 불현듯 덮쳐오곤 합니다.
고등학교란 단어는 왜 이렇게 어리숙한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지 신기합니다. 그 안에 내가 좋아하던 사람들과 기억과 작은 것에도 힘껏 웃던 어린 시절이 가득합니다. 가벼운 질투와 노닥거리던 친구들, 입시에 고민하던 치열한 밤까지도.
참 기특하고 그리운 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리숙한 내가 미숙한 직장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재미없는 어른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각박한 삶에 너무 익숙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많은 탓에 조급해지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좀 더 천천히, 여유를 갖자고 생각합니다.
기분 좋은 어리숙함을 자주 생각하면서, 좋아하던 교사가 칠판에 적던 문장이 아직까지도 오래 간직됩니다. 기억은 참으로 강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문장은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이 아니어도
오래도록 간직하게 됩니다.
나는 종종 시집을 읽고, 문학 시간에 배웠던 '모란이 피기 까지는'을 떠올립니다.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리던 날의 싯구가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이유가 없어도 좋아지는 문장이란 너무 멋진 것 같습니다.
여유로운 금요일 보내고 있나요?
어쩌면 여유로운 토요일을 위해 조금 바쁘게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녁 무렵에는 모두 평온한 금요일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