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을 자고 출근하니 퇴근 직전 눈이 뻑뻑하고 미친듯이 졸렸다.
내가 살고있는 곳은 오래된 구축 다세대 빌라인데, 바퀴벌레가 시도때도 없이 유입되어 꽤나 애를 먹고 있다.
화장실 하수구, 세면대, 베란다 하수구, 창문, 싱크대, 전등까지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 나중에 벽지를 물어줄 각오는 이미 한지 오래라서 전등은 유리테이프로 덕지덕지 막아놓았다.
그렇게 그 놈의 유입이 거의 사라졌던 최근, 벽걸이 에어컨 아래쪽으로 기어가는 그 놈을 또 발견했다.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얼른 목숨을 끊어버린 다음, 유입되는 공간이 어디일지 생각해봤다. 호스가 나가는 구멍은 이미 휴지로 꽁꽁 막아두었으니 남은 건 물빠짐 호스 배관일까?
이미 당장은 날이 어두워 확인할 수 없으니,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확인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 늦지 않으려면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확인해야 하는데 졸려도 눈을 감기 어려웠다.
침대쪽에 붙어있는 에어컨때문에, 혹시라도 자다가 그 놈이 내 위로 툭 떨어진다면?
이런 생각에 도통 잠을 이루지 못했고, 결국 보조 스탠드를 켜놓은 채 잠을 청했다. 언제든지 눈을 뜨자마자 에어컨쪽을 확인할 수 있게 ㅎ
아침에 일어나 얼른 물빠짐호스가 있는 쪽으로 나섰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배관은 땅에 닿지 않고 공중에 삐죽 튀어나와있었다. 실외기도 옥상쪽으로 설치되었는지, 1층에서는 확인이 안 됐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정말 에어컨 호스 구멍일까? 불안하지만 집에 돌아와 얼른 테이프로 칭칭 감아 이중으로 구멍을 막아놓았다.
이 집에서 이 놈에게 너무 시달린나머지, 조금만 검은 형태가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흠칫 놀라 주변을 살펴본다. 집이든 사무실이든 예외가 아니다.
부디 내년에는 시달리지 않는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