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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후 단상] 1. 육아 vs 업무 둘째 덕분에 휴직을 다 한다. 육아와 업무 중 뭐가 더 힘드냐 물으면, 둘 다 힘들다 답한다. 힘든 분야가 다르고 그에 따른 보람의 종류도 다르다. 하지만, 인구 소멸에 대한 책임 의식으로 육아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하고 답하는 걸 잊지 않는다. 나는 육아 휴직 5개월차에 접어들었는데, 3개월은 너무 짧고 6개월은 너무 길다로 육아에 대한 강도를 말하고 싶다. 2. 런닝과 일의 공통점 달리기는 속도를 의식한 순간 즐거움이 사라진다.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종료 지점만 바라보게 된다. 킬로미터 당 6분대로 천천히 달리면 비로소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바람에 살랑이는 머리칼도 상쾌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더 길게 오래 달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일도 목표 지점만 생각하고 냅다 달리면 금세 숨이 차고 여유가 없어 주위 사람들을 잘 챙기지 못하고 상대를 다그치고, 채근한다. PM의 주요 자질 중 하나는 납기 준수지만, 고르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 놓고 꾸준한 보폭으로 달리는게 중요하다. 마지막에 크런치 모드로 달리다 보면 이내 지치고 보람보다 일에 대한 회의가 가득 차기 마련이다. 같이 일하는 (지친) 동료들을 다독이는 것도 쉽지 않다. 3. 쿨병 도짐 주의 사회 생활 10년이 넘다보니 열정을 내기 쉽지 않다. 내가 임원이 될 상이 아닌걸 알기에, 에너지 분배에 신경을 쓰게 되는 것이다. 회사일에 최대 30프로만 에너지를 쏟자 하는 식의. 그렇다면 하루 한시간이면 끝낼 일을 잔잔하게 쉬엄쉬엄 서너시간에 걸쳐 일을 끝내게 된다. 노력을 해봤자 무엇하나 타령조 노래 부르면서. 회사 생활 원투데이 하는게 아니니까, 딱 할당된 업무량을 보면 데드라인, 난이도, 중요도 등이 마치 드래곤볼 에너르기 측정하는 안경처럼 수치로 눈앞에 곧바로 그려진다. 그리고는 보직자에게 과장되게 죽는 소리 하는 것이다. '이거 보기 보다 힘든 일이예요 언제 다 한담' (에휴, 같은 의성어를 첨가하면 효과는 더 좋다.) 이런 습관의 단점은 남의 노력을 쉽게 판단하고 폄하하는 경향이다. 아니 누구 좋으라고 저렇게 열심히 하는거야 대충해 대충! 길게 가려면 눈에 띄지 않고 잔잔하게 가는거야 하는 식의 되도 않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아내에게도 돈 얼마나 받는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거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쿨병을 빙자해서 또 남의 열정을 깎아 놓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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