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잡플래닛 보기가 취미였는데, 회사가 폐업했단다.
심지어 판매자들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고 하루아침에 잠적, 폐업공지. 진짜 대단한 회사구나.
1-2년 운영한 것도 아니고 무려 20년 넘게 운영한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았단다.
전 직장을 3개월정도 다녔는데, 퇴사한 결정적인 이유는 경영진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직원의 의견을 들으려하지 않더라.
대표의 모든 말이 곧 법이었다. 완전히 수직적 의사소통이 주를 이뤘다. 폭언을 일삼고 이런 건 아니었지만, 그 누구도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
나머지는 뻔하지만 성장가능성 결여와 능력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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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마케터로서 첫 직장이었는데, 이벤트 기획 과정에서 갈피를 못 잡았다. 매출은 이미 반토막 이상이 나있는데, 경영진은 잘 나가던 그 때의 매출을 내길 원했다.
물론 성과를 내는 게 마케터라지만, 이제 막 입사한 신입이 그런 큰 매출을 내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난생처음 KPI를 잡는 과정도 나에게는 너무 큰 벽으로 느껴졌다.
작년도 기간과 비교하라는데, 매출 감소폭이 너무 커 어떤 기준을 잡아야할지 도저히 모르겠더라.
업무가 밀려 한달 전 기획했어야 하는 이벤트를 매번 일주일 전에서야 기획하고 실행해야 했다. 겨우 기획을 해서 넘기면 짧은 코멘트와 함께 반려당하기 일쑤였다. 시간은 없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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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진의 일방적인 의사소통, 나와 맞지 않는 기획 업무, 성장이 불투명한 미래 등을 종합해보니 결국 퇴사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진행중인 이벤트가 있었기에 마무리를 위해 몇주 후 퇴사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대표는 당일퇴사를 통보했다. 이미 일상이 된 듯한 회사 분위기는 덤이었다.
하루종일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퇴사했다. 그리고 2주 후 지금의 이 회사에 입사했다. 그땐 운이 좋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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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상태에서 그 회사에 입사를 하더라도 나는 잘 해낼 자신이 없다. 그렇게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곳에서는 내가 성장할 기회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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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우나 고우나 몇개월간 일했던 전직장인데, 하루아침에 폐업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싱숭생숭하다.
함께 일했던 동료들은 모두 좋았는데, 다들 잘 지내고 계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