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역동적인 취미를 가져보라는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원래도 생각이 많은 사람이지만, 원룸에 홀로 누워 새벽을 맞이할 때면 더욱 깊은 생각에 빠져 누구도 해결해 주지 못할 우울감에 빠지곤 한다. 이럴 땐 책을 읽어도 집중이 되지 않고, 글을 쓰려고 해봐도 긍정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아 오히려 괴롭기만 하다. 그렇게 우울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던 그때, 우연한 계기로 잠실구장 야구 직관을 가게 되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사람은 넘쳐나도록 많았다. 집순이에다가 사람 많은 곳은 그리 선호하지 않은 난 즉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럼에도 꾹 참고 치킨과 맥주를 들고 자리에 앉아 정해진 시간에 딱 시작하는 야구 경기를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너무 재밌었다! 탕! 소리와 함께 멀리 뻗어나가는 야구공, 그리고 목이 터지라 응원하는 관중들! 지고 있어도, 이기고 있어도 그들의 응원은 멈추지 않았고 나도 어느새 그들과 한 몸 한뜻이 되어 응원하고 있었다. 그 뒤로 화요일부터 일요일은 우울할 틈이 없다. 야구를 보느라, 오히려 응원하는 야구팀이 잘 못하거나 지면 그게 더 우울하다. 아이돌 좋아할 때 13만 원부터 시작하는 티켓값을 덜덜 떨어가며 내다가 한 좌석에 15,000원 하는 야구장 좌석을 보니 이보다 좋은 가성비 취미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유니폼과 다른 굿즈들로 텅 빈 통장이 되는 건 똑같다….)야구에 푹 빠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울할 때 왜 역동적인 취미를 가지라고들 말하는지. 우울하다고 하면, 밖으로 일단 나가서 몸을 움직이라고들 하는데 그 뜻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몸을 움직이면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나오고, 에너지는 내일의 '나'를 조금 더 살아가고 싶게 만든다. 야구에 대해 몰라도 된다. 그냥 가서 응원하는 사람들과 섞여 손뼉을 치고 팔을 움직이고 목청껏 소리 지르면 된다. 선수들만 에너지를 얻는 게 아니라, 같이 응원하는 나도 에너지를 얻는다. 우울하다면 몸을 움직이는 취미를 가져보자. 신기하게 우울함이 조금은 나와 거리두기를 하는 게 느껴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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