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전환 후 1년, 통째로 실패하다>
직장인 4년 차, 직무를 바꾸고 저는 다시 신입이 됐습니다. 그땐 몰랐습니다. 그 선택이 제 인생 최대의 고비를 가져다 줄 거라는 사실을요.
#몸과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들
3년 6개월, 4개월, 9개월. 제가 세 곳의 회사에서 보낸 재직 기간이에요. 첫 번째 회사에서는 나름 팀의 터줏대감처럼 긴 시간을 보냈고요. 두 번째 회사에서는 직무 전환과 동시에 희망퇴직을 했습니다. 새로운 커리어 방향을 기대하며 콘텐츠 에디터에서 UX 라이터로 직무명을 바꿔 이직했지만, 회사의 채권 문제로 자금 사정이 급격하게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저는 꽤나 긍정적이었어요. 회사가 잠깐 휘청한 거지 내가 망한 것은 아니니까요. 실업 급여를 신청하고 받는 첫 과정이 재밌기도 했고요.
희망퇴직을 겪고나니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회사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래서 중견 기업의 계열사를 선택했어요. 콘텐츠 기획과 UX 라이팅 업무를 겸할 수 있는 포지션이라 업무 성장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이번에도 제 커리어가 기대대로 흘러가지 않았어요. 뿌리가 오래된 기업이 모바일 서비스를 하려면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가 많더군요. 핵심 서비스도 없는 앱을 일단 외주로 개발한 뒤 인력으로 겨우 떠받치는 중이라고 느꼈어요. 눈밑이 푹 파인 채로 매일 밤 야근하는 동료를 바라보며, 온몸 바쳐 밑빠진 독을 막는 두꺼비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건강에 적신호가 왔고, 사랑하는 가족까지 갑작스레 떠나보내며 마음마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매일 밤 명상하며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는데요.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움직이는 아주 기본적인 수준조차 수행하지 못할 만큼 몸이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결국 이번에도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세 번째 사직서를 냈습니다.
#긴 터널에도 문득 바다를 볼 수 있다면
처음에는 스스로가 한심했어요. 어떤 사람은 제게 이렇게 묻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더 힘든 일이 생기면 어떡하려고 이 정도로 힘들어 해?”라고. 맞는 말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춰야 하나요? 내가 힘들게 느끼고 있다면, 힘든 게 맞아요. 내가 매 순간 느끼는 감정에 솔직해야 합니다. 내가 아니면 나를 돌봐줄 사람은 없으니까요. 불행의 정점으로 치달으며 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어요. 나를 이해하고 나니, 내 성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조직과 일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고요. 과정은 끔찍했지만 인생에서 한 번쯤 겪어야 할 일이었던 것 같아요. 원래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운다고 하잖아요.
삶은 참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열심히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새 직장을 구하고 있으니까요. 돌고 돌아 원점으로 온 셈이네요. 아직 길고 캄캄한 터널을 지나고 있는 느낌입니다. 고속도로처럼 뻗어나가는 인생은 운이 좋은 것뿐이고, 내게 허락된 날은 어쩌면 가시밭길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짠내 가득한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들어보면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져 있는 날도 있지 않겠어요? 제게도, 이 글을 읽어준 당신께도 그런 멋진 순간이 자주 찾아오길 바랍니다.
글ㅣ홍유경 UX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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