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해변에서 바늘 같은 희망을 찾는 일도 필요하다. 2009년 겨울, A기업의 전략 컨설팅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일이다. 당시 A 엔터사의 소속 가수들은 모두 신인이었다. 그들이 연습하는 노래, 춤을 매일 가까이에서 듣고 보면서, 아이돌식 인사를 받으면서, 나는 진심으로 이들의 편에 서서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었다. 일단, 빅3 담당자들을 만나서 최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세월의 성공 스토리는 너무 재미있었지만, 신생 기업이 처음부터 하기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이었다. 프로듀싱, 방송 출연 등 많은 부분들이 인맥 중심이었고, 이너서클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어떻게 하면 이 시장에서 신생 기획사가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일단 최근 3년 간의 음원 데이터를 분석했다. 가수, 작사가, 작곡가, 장르가 매출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로 돌려보았다. 그리고 당시 편견을 깨는 몇 가지 흥미로운 힌트들을 얻었다.(물론 현재 음원 시장은 다를 수 있다.) 1. 잘 나가는 작곡가에게 곡을 받아야 한다 (X) 당시 인기 프로듀서들은 개인적으로 많은 히트곡을 만들고 있었고, 개인적인 수익도 꽤 큰 편이었다. 한 명씩 뜰 때마다 이들에게 곡을 받기 위해서 많은 기획사가 줄을 서 있었고, 개인적인 친분이 크게 작용했다. 반면 데이터 상 전체 음원 시장 차원에서 보면, 그들의 매출 비중은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음원 시장은 롱테일 구조라서, 가능성 높은 곡을 지속적으로 소싱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이 더 중요함을 보여줬다. 2. 스타는 예고 없이 뜬다 (X) 당시 신인 아이돌은 평균 3년간 연습상 신분을 거쳐 수익 분기점인 5억원 미만의 매출로 출발했다. 그 중 다수는 10억원 전후를 도달한 뒤 내려갔다. 반면, 일단 24억원까지 성장한 가수는 예외 없이 1년 후 100억원 매출에 도달했다. 단일 문화권인 한국 시장 특성상, 특정 임계점을 넘으면 대중 가수로 성장하는 구간으로 보였다. 24억원에 도달할 때까지 투자하는 것이 정당화된 순간이다. (물론 요즘은 한류를 타고 글로벌 시장까지 열려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다.) 3. 유행하는 장르가 중요하다 (X) 당시 국내 음악의 장르별 수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글로벌 인기 장르인 rock은 매출이 매우 저조하다는 걸 제외하고는. 시기별 장르 유행을 예측하는 것보다는, 장르에 개의치 않고 좋을 곡을 소싱하는 데에만 집중하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4. 가수는 영업으로 만든다 (X) 당시 가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공식처럼 쓰였던 것이 있다. 인맥을 통해 비주얼이나 언변이 가장 좋은 멤버를 TV 인기 프로그램에 계속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방송국과 인연이 있는 영업 이사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보장도 없었다. 데이터는 그보다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신인 가수를 띄울 수 있는 방식을 알려주었는데, 바로 듀엣/피처링이었다. 인과관계는 없지만, 6개월 뒤 A사의 여고생 신인가수의 듀엣곡이 나오고, 2년 뒤에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ㅇㅇㅇ 화이팅 (익명 아니고, 초성이다)
로그인 후 모든 글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