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오우렌세 Ourense 대도시에 당도한 기념으로 쉬기로 했다. 그래서 어제 늦게까지 37km를 걸어 온 것이 아닌가? 불친절한 오우렌세 공립 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를 뒤로 하고 사설 호스텔로 옮겼다. 호스피탈레라가 너무 친절해서 노천온천에 가는 법과 함께 심지어 수영복도 빌려주었다. 그녀의 말로는 공립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가 못됐기로 유명해서 예전에도 어떤 중년의 여성이 호스텔로 옮기며 엄청 울었다고... 그래서 나도 고백했다. 어제 너무 힘들게 해가 다 져서 도착했는데 무릎도 너무 아프고 그런데 너무 그 인간이 못되게 굴어서 눈물이 절로 났다고... 불친절을 넘어 못되기로 유명한데 매번 순례자를 대해야하는 그는 직업을 잘못 선택한 것은 아닌지... 까미노를 한 번도 걸은 적 없어 보이는 그는 그 직업에 맞지 않는 사람 같다. 돈도 안 드는데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게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알게 되었다. 오우렌세는 갈리시아 지방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이다. 가파른 오르막길에 주요 광장과 오래된 근사한 건축물이 많다. 제일 신기한 것은 도심 속에 자연 온천이 있다는 것이다. 레미가 오우렌세 도착하면 꼭 온천에 들르라고 했는데 무료라고 했다. 나는 호스텔에서 빌린 수영복을 속에 입고 큰 수건과 물을 챙겨가지고 부르가스 공원에 갔다. 거기에 가니 진짜 도심 한가운데 온천욕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깊이는 그리 깊지 않았는데 정말 따뜻한 자연 온천 이었다. 도심속에 있는 특이한 이 자연 온천에 오전 오후 다 들러서 즐겼다. 피로가 풀리고 무릎도 다리도 발도 가뿐해졌다. 도심 속 주택가들 사이에 공중 온천이라니 신기한데 관리도 잘 되어서 깨끗했다.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 찾아보니 오우렌세 외곽에는 더욱 유명한 온천 휴양지가 여러 곳이 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온천 휴양지도 한번 들러 보고 싶다. 그나저나 이 계단 많고 오르막길 내리막길 많은 이 도시는 살기엔 좀 힘들 듯하다. 어르신들도 오르막을 어찌나 잘 오르는지 이런 곳에 미뇨강 위로 로마시대의 다리부터 오래된 성당과 건축물까지 신기한 곳이다. 몸의 피로도 풀어준 감사한 곳이다. 산띠아고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우렌세 이후 만나는 대도시는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이기 때문이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