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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비야 데 바리오 Villar de Barrio ~ 오우렌세 Ourense : 37km 해가 뜨고 부지런히 출발 했지만 오늘의 목적지엔 해가 지고 복잡한 도시에 까미노 표식 찾기가 힘들어 지칠대로 지쳐 처참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최근의 내 속도로는 좀 많이 걸었는데 그나마 큰 도시에 도착하는 기대도 있어서 하루 더 머물 요량으로 오우렌세까지 평소 걷는 거리보다 좀 더 걷기로 했다. 마지막 알베르게의 호스피탈레로를 제외하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다들 다정히 동네 이야기, 날씨 이야기, 산띠아고 까지 가느냐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었다. 비야 데 바리오에서 출발해 그 다음 마을에 도착해서 커피를 한잔하고 마을을 나오는데 멀리 햇살이 떠오르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동네 아저씨가 자기 집에서 잠옷 바람으로 문을 열고 나온다. 그러더니 대뜸 자기 동네가 이 지역에서 제일 일찍 아침 햇살을 맞이한단다. 좋은 곳이라며 딴 마을은 산맥 때문에 한 시간 뒤에 햇살이 도착한다고. 정말 그랬다. 그는 낯선 순례자에게 동네 자랑을 한참을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도 나에겐 그의 즐거운 수다가 그 동네와 그 햇살의 순간을 기억하는 좋은 장면으로 남았다. 오늘 지나온 마을이 너무 많았는데 그중의 최악은 도시인 오우렌세에 도착하기 전 공장 지대였다. 까미노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험악한 공장 지대, 대형 트럭들과 복잡한 고속도로 건너기 등등의 지난한 과정이 지나도 에우렌세에 도착하긴 꾀나 힘들었다. 아침의 여유 있는 지역의 정다운 대화들과 다르게 도시에 접어들자. 사람들이 눈인사도 하지 않았다. 도시의 삭막한 사람들과의 경계가 시작되었다. 불과 몇 시간 전과 너무 다른 문화 말이다. 인사의 다정함 경계의 삭막함. 아무리 걸어도 차가 쌩쌩 다지는 지난번 어떤 이가 도로 바닥에 써 놓은 글을 떠올리게 했다. 데스빠시오~ 꼬뇨 Despacio coño!(천천히 가! 씨*) 내 마음에서도 이런 말이 나오고 있었다. 아... 어제의 급격한 오르막에 이어 오늘의 5시간에 걸친 다양한 경사도의 내리막길은 또 오른 쪽 무릎에 무리를 주어 내리막길임에도 속도를 전혀 낼 수가 없었다. 오우렌세 도착하기 3km 전, 마을도 고풍스럽고 좋은데다가 마을 사람들이 마라톤 대회 중인 이벤트도 있었으나 천천히 걸어 나오기엔 해는 지고 있어서 어여 목적지에 도착하고 싶었다. 오우렌세에 들어섰을 때 해가 거의 져서 결국 까미노 표식를 찾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알베르게가 어디인지 길을 묻는데 하늘색 잠바의 아주머니 도움으로 센트로에 올 수 있었고, 오르막길이 많은 이 도시에 도착하자 지칠대로 지친 나는 속으로 ‘제발 알베르게가 언덕에만 있지 마’라고 생각 했는대 결국 꼭대기 언덕까지 안내 해준 아저씨 덕에 오후 7시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 뒤는 못됐다고 소문난(나중에 알게 됨) 호스피탈레로의 불친절함 덕에 완전 녹초가 된 하루였다. 내일은 알베르게가 텅텅 비어있어도 하루 연장이 안 된다는 호스피탈레로 덕에 다른 곳으로 옮겨 이 대도시 하루를 더 묵고 무릎도 쉬게 해줄 생각이다. 내일도 실망하지 않고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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