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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깜뽀스베세로스Campobecerros ~ 라자 Laza : 14.7 km 오늘 여정은 짧으니 느지막이 출발했다. 어제 저녁을 먹은 로사리오의 바에 들러 까페 꼰 레체와 토스트를 먹었다. 바의 벽면에는 이곳 전통 축제와 사진과 오래된 유럽 산골의 삶을 짐작할 수 있는 빛바랜 사진들이 있었다. 그중에 Soy mama de peregrino(나는 순례자의 어머니이다).라고 적힌 사진이 있었다. 61살인 그녀는 정말 엄마처럼 다정했다. 길을 떠나는 순례자에게 하나라도 더 든든히 먹여서 보내려는 그녀의 마음이 있는 내내 느껴졌다. 마을을 벗어날 때 오르막을 빼보는 줄곧 구불구불한 산을 돌아 내려오는 내리막길이었다. 거대한 산 표면을 안개가 바람을 타고 춤을 추듯 돌아 다녔다. 아침에 살짝 비가 와서 처음엔 안개로 덮여 있어서 보이지 않았다가 안개가 사라지니 무슨 마술처럼 계곡의 산과 숲의 형태가 나타났다. 두 개의 마을을 지나는데 길거리 바처럼 순례자를 위한 휴게소가 있었다. 자판기가 있어서 원하면 차를 마실 수 있게 해놓고 그 옆에 기부를 하게 작은 돈 상자도 있었다. 2층 집에서 도로 쪽으로 스피커가 나 있어서 신나는 음악도 들려왔다. 잘 쉬고 기분 좋게 나왔다. 이제 6km만 더 걸어가면 된다. 이게 얼마 만에 나타나는 반가운 햇살인가... 내리막을 돌아돌아 멀리 오늘의 목적지 라자Laza가 보였다. 알베르게를 찾아가는데 구급대원들이 나를 불렀다. 알베르게에 묵는 순례자의 명단을 등록하는 일은 이들이 담당했다. 잘 생긴 스페인 청년이 등록을 해주고 내일 길 안내 복사본까지 준비해서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알베르게 위치와 사용법을 알려주고 숙소의 열쇠까지 나에게 주었다. 이렇게 체계가 잘 되어있다니! 심지어 여긴 미사 시간도 적혀있다. 길에서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숙소까지 갔다가 숙소 관리자를 찾으러 한참을 헤맸을텐데 운이 좋다. 라자 알베르게는 정말 훌륭했다. 부르고스 알베르게도 멋지더니! 여긴 작은 마을인데도 너무 훌륭하고 깨끗하다. 기분이 좋았다. 이 넓고 현대식 알베르게를 오늘도 나 혼자 쓴다. 빨래를 하고 씻고 장을 보고 미사에 갔다. 5명의 할머니들이 참석했다. 성당 안은 목조 조각으로 매유 정교하고 화려하게 장식되어있었고 미사는 간경하게 치러졌다. 성당 문밖은 온통 비석들이었다. 보통은 본당과 조금 떨어지게 세멘떼리오Cementerio(무덤)를 두는데 여긴 성당을 중심으로 모든 마당이 다 비석 조각으로 가득 차 있다. 밤엔 좀 으슥할 것 같다. 아까 장 볼 때 봐둔 레스토랑에서 오늘의 메뉴Menu del dia를 배터지게 먹었다. 샐러드가 너무 큰 접시에 가득차게 나와서 거기서부터 배불러왔다. 닭 가슴 필레와 피망을 올리브 오일에 구운 음식이 본식으로 나왔다. 디저트로는 집에서 만든 요구르트였는데 너무 맛났다. 인사를 하고 나올 때 나더러 ‘스페인어를 어디서 배웠냐?’고 주인장에 나에게 물었다. 나는 페루에서 봉사 활동할 때 배웠다고 했다. 덧붙여 남미와 스페인의 표현이 다른데 남미는 ‘꼬뇨Coño’라는 욕은 안 한다고 했다. 그 뒤로 우리는 스페인어 욕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내가 외국인이 생각하기에 이상한 스페인 욕들 중에 직역하면 ‘엉덩이로 먹어라Tomar por culo(매우 심한 욕이다. 의역하면 역시나 심한 욕이다)’ 표현이 제일 이상한 욕이라고 했다가 세 명이서 배꼽 잡고 웃었다. 이건 마치 한국어를 잘 하는 외국인이 잘 치게 욕해 놓고 당신네 나라 욕 이상해 하는 것이었는데, 외국어 욕 중에 이상한 것 도 참 많은데 이런 욕들도 다 문화의 반영이니 개인적으로 새로운 욕을 들으면 잘 배워두는 편이다. 기분좋게 웃고 배부르게 먹고 청결한 숙소에 오니 기분도 좋아 까미노에서 맞이한 내 생일이 더 특별했다. 이렇게 또 한 살을 먹는다. 내일은 가파른 산길을 오른다는데 비가 안 오길!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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