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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모습은 다 다르지만, 실패의 모습은 늘 비슷하다. 컨설팅 회사를 다니면서 세상에 정말 많은 문제들이 존재하고, 이를 잘 해결하면 경제적 보상도 크게 따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에서 하는 경험들 모두 보람되었지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세상의 문제를 풀어서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하게 되었다. 어떠한 계획도 없이 회사를 퇴사하고 스타벅스에 맥북 에어를 두고 나의 창업은 시작되었다. 회사를 나와 나 스스로 서려고 하니, 내가 누구인지 설명하는게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다. 명함을 만들어도 나란 사람을 소개하는데 1분 이상 걸렸다. 당시 1인 기업 이름은 '지구의 스크래치'였다. 이왕 태어난 김에 나로 인해 지구가 좀 더 나아진 흔적을 남기겠다는 각오였다. 물론 그 이후로 지구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스크래치가 많이 남기는 했지만.. 스타벅스 출근한지 3일만에 만난 친한 변호사 형과 모바일 소송 앱을 만들었다. 카페24 탬플릿을 활용하여 2주 만에 만든 아주 작은 서비스였지만, 자신감을 가지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후, 나는 변호사 법의 제약이 많은 시장을 벗어나, 나만의 영역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게 무엇이었지? 여행이었다. 누구나 다 좋아하는 여행. 스스로 충분히 잘 할 거라고 생각한 나는, 현지 체험 여행을 모아서 스케줄을 짤 수 있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지인들을 고용하고, IT개발은 아웃소싱하고, 내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많은 상품들을 소싱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중국 유저들의 문의가 많아서 중국 인턴도 고용했다. 그렇게 8개월, 나는 개발비와 인건비로 상품 하나 제대로 팔지 못하고 개인 돈 1억 원을 다 썼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밤 늦게 스터디 카페에 홀로 남아 고민해보았다.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여행을 아이템으로 선정했고, 잘 팔릴지 모르는 상품을 담기 위해 개발 비용부터 지출했다. 사람들은 예약이 필수인 호텔과 비행기에는 비용을 쉽게 지불하면서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바뀔 수 있는 체험에는 미리 지불하기를 어려워했지만, 나는 애써 현실을 외면했다. 한 가지 상품을 한 명의 고객에게 파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고객 대응도 하고 있었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주변 사업 선배들이 하지 말라는 걸, 어쩌다 보니 다 하고 있었다. 나는 다를 거야 생각하면서. 대기업에서 막 나온 사업개발 전사들은, 기업으로부터 받던 자산들이 사라진 상황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과신하기 쉽다. 그리고 시작부터 멋지고 완벽하게 하려고 한다. 이전 회사에서 하던 것처럼 채용, 외주, 마케팅 등 처음부터 억 단위 돈이 들어가는 작전을 짠다. 그리고 계획보다 더 먼저 자금이 떨어진다. 나에게 이 실패는 1억원 짜리 배움이었다. 더 썼다면 못 일어났을 거고, 덜 썼다면 못 배웠을 거다. 이후 나에겐 몇 가지 원칙이 생겼다. 1)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는 고객에게 중요한 일을 할 것 2) 혼자 하지 말고 서로 보완하는 팀을 만들 것 3) 개발, 마케팅 비용을 쓰기 전에 SNS에서 팔아볼 것 4) 가까이에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할 것 5)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것 (더 싸거나, 더 빠르거나, 더 좋거나) 아이디어보다 중요한 건, 팀과 실행력이다. 세상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없다. 내 아이디어를 듣고 누군가 성공한다면, 그건 그 사람의 실력이다. 내가 지금 아는 걸 그 때 알았다면, 전혀 다른 접근을 했을 것이다. 고객들은 자신에게 진짜 중요한 거라면, 아무리 불편해서 어떻게 하더라도 찾아와서 지불하게 된다. 한 명이라도 감동한다면, 만 명도 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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