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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페이지로 펀딩하기" 2015년 1월 우리는 모바일로 지인을 추천하고 채용 시 보상하는 서비스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어디부터 출발해야 할지 그야말로 막막했다. 일단 책상에 앉아 1 페이지 분량의 초안을 쓰기 시작했다. 현재 시장 참여자들의 고통은 무엇이고, 남들보다 나은 대안은 무엇인지, 가장 우리를 반겨줄 초기 고객들은 누구이고, 어떤 방식으로 빠르게 접근할 수 있을지, 앞으로 얼마나 큰 시장이 될지 등을 합리적인 추론을 통해서 빠르게 작성했다. 이 한 장을 들고, 유저와 기업, 투자자들을 만나서 피드백을 받기 시작했다. 피드백 안에는 응원과 건설적 대안 뿐 아니라, 비판, 거절, 무시도 섞여 있었지만, 시장의 현실이기에 다 소중했다. 비슷한 사업을 했다가 망한 사람이 있으면 먼저 찾아가서 더 열심히 들었다. 가설을 검증하고 탄탄하게 만드는 과정이었고, 동시에 사전 영업이자 마케팅, 펀딩을 위한 활동이기도 했다. 그 기간 동안 알게 된 시장의 고통은, 1) 기업들은 개발자 채용에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특히 아무리 광고를 해도 지원자를 모으기 어려울 만큼 공급이 부족한 시장이었다. 게다가 누가 잘 맞는 개발자인지 헤드헌터를 써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2) 유저들은 자신에게 잘 맞는 기업을 알기 어려웠다. 이름을 들어본 대기업은 그나마 괜찮지만, 처음 들어본 중소 기업들은 전혀 정보가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주변에서 사람들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이 많은데 선의로만 해주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일단 경력직 개발자 시장에 집중하여, 개발자들끼리 서로 강점을 추천해주고, 합격하면 추천인과 합격자 모두 보상 받을 수 있고, 기업도 채용 후 3개월 간 무사히 온보딩한 경우에만 비용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채용당 과금/보상 서비스 (가칭 원티드) 개념을 발전시켜 정리해갔다. 동시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IT업계 지인들을 초대하기 시작했다. 1,000여 명을 모아서 이들의 학력, 경력을 구글 시트에 정리했다. 그리고 기업들을 찾아갔다. "IT업계에 훌륭한 인재들 천 명이 여기 있습니다. 이 분들이 이 곳에 직접 지원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누군가를 추천해줄 수는 있는 분들이에요. 채용 3개월 이후에 과금하는데 사용해보실래요?" 그렇게 하루에 기업을 4~5개씩 직접 방문하고, 스타트업 컨퍼런스가 열리는 날이면, 하루에 명함 두 통을 다 사용했다. 각 기업의 부스를 찾아다니면서, 1분 스피치를 하고 명함을 전달했다. 물반 고기반이라는 마음으로 신나게 돌아다녔던 것 같다. 긍정적인 답변 메일을 받은 날에는 피곤이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그 날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우리의 원 페이지도, 피칭도 더 업그레이드 되었다. 처음에는 긴가 민가 했던 기업들도, 어느새 약 30여 개가 모였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기업을 하나씩 소개하고 지인 추천을 요청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합격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1명, 3명, 5명.. 아직 제대로된 웹 서비스가 있기도 전의 일이었다. 정식 서비스가 없다 보니 보상금 규모나 과금 형태, 마케팅 방식 등 아침에 결정하여 오후에 실행하고 저녁에 회고하여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실행 속도는 빨랐다. 지원자가 많아질수록, 낮에 기업을 영업하고 밤이 되어서야 개발자들을 매칭해야 했기에 시간이 부족해졌다. 공동창업자이자 개발자인 리건 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리건 님도 사람들을 수동으로 매칭하면서, 서비스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몸소 느끼면서, 서비스 개발 속도가 미친 듯이 빨라졌다. 5월 웹 서비스가 출시되고 본격적인 마케팅(이라고 해봤자 300만원)이 시작되었을 때, 원티드는 이미 업계에서 인지도를 얻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에겐 업계의 살아있는 고통과 원대한 대안을 담은, 100번도 넘게 고쳐 쓴 원 페이지와 이를 뒷받침할 실행의 증거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우리 IR 피칭의 정수였고, 3개월 후 우리는 3개의 유망한 기관들로부터 시리즈A(17억원)을 유치하게 된다. 물론 '그 이후에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라는 행복한 이야기는 아니다. 타인의 돈을 받으면 성장에 대한 엄청난 압박을 스스로 느끼게 되고 가끔은 방향을 잃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다음에) 나에게 사업개발이란, 자원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가서 실패해보고, 동료들이 최대한 확률 높은 게임을 하게 만드는 일이다. 등산으로 치면 선발대라고 할까 (내가 미리 가보니 이 산이 아니다~ 다른 산으로 !) 스트레스도 많고 피 땀 눈물 콧물 다 뽑게 되지만, 원 페이지가 하나씩 현실이 되는 과정은 진짜 큰 성취감을 가져다준다. 우리끼리 하는 말이 있다. "이 맛에 사업개발 하는거지 크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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