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in회사] 회의에서 왜 아무 말도 안 해요? - 동조 현상 1) 아직 연구 윤리가 명확하지 않던 시절에는 실험결과의 오염을 막기 위해서 피험자들을 기만(!)하는 실험들도 다수 있었으며, 대표적인 예로 ‘동조 현상’을 연구하기 위한 애쉬의 ‘선분 실험’과 밀그램의 ‘권위에의 복종’ 실험이 있다. 2) 애쉬의 ‘선분 실험’은 밀그램의 실험에 비해서는 덜 매운맛(?)의 기만 실험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사람과 실험 참가자로 위장한 사람들이 미리 짜고 진짜 실험 참가자 한 사람을 혼란에 빠뜨린다. 선분 하나를 보여주고, 그다음 보여주는 세 개의 선분 중 처음 보여준 선분과 같은 길이의 선분을 골라내는 간단한 실험이다. 3) 누가 봐도 명확하게 B 선분이 처음 보여준 선분의 길이와 같지만 미리 짜고 들어온 다른 실험참가자들이 고의적으로 오답을 선택한다. 참가자가 혼자인 상황에서는 99% 정답을 맞히지만, 참가자가 여러 명으로 늘어날 경우 정답을 말하는 경우는 63%이며 나머지 37%, 즉 1/3은 오답을 택하게 된다. 4) 회사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여러 담당자가 모여 회의를 진행한다고 가정해 본다. 회의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A라는 사람이 여러 대안 중 1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A에게 동조하여 1안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B라는 사람은 비슷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1안이 얼핏 좋아 보이지만 굉장한 리스크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2안이 훨씬 더 나은 대안, 정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5) 그러나 그 회의에서 B를 제외하고 모두가 1안을 지지할 때 B가 2안이 더 낫다고 주장할 확률은 아마 낮을 것이다. 만약 A가 그 회의에서 가장 높은 직급이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굳이 A라는 사람을 가정하지 않더라도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1안이 더 좋다고 선택한다면 마찬가지로 B는 2안을 강력하게 주장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6) 그렇다면, 사람들은 집단 상황에서 모두 바보가 되고 잘못된 단서를 믿어버린다는 의미일까? 비하인드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실험이 모두 끝나고 실험자가 진짜 실험참가자에게 아까 대답한 내용이 진실된 대답이었는지를 묻자 진짜 실험참가자는 정답을 맞혔다고 한다. 즉, 동조 실험을 통해 사람의 인지가 왜곡되고 신념이 바뀐 게 아니라는 것이다. 7) 회사생활을 하면서 물론 동조가 필요할 때도 많다. 동조 실험에서 집단이 아무리 잘못된 대답을 해도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개인이 알듯이, 잘못 진행되는 일들에 대해서는 공개적이고 사회적인 장소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개인이 알아차리고 개선해 나갈 여지가 충분하다. 물론 집단의 주장을 꺾는 것은 쉽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현명하게 그 길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회사생활에서 갖춰야 할 능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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