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 I’M NOT DEAD YET, 이건 그저 작은 농담 같은 말입니다. 꽃 한 다발을 사서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친구가 말합니다. “너, 죽은 꽃을 사 왔네.” 나는 꽃을 대변하여 답합니다. ‘아니?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아직’이라는 말은 부족함을 품은 미완의 말이기도, 남아 있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이기도 합니다. 결말을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아직’의 순간들을 붙잡아 여기 그 기록을 남겨두었습니다. ‘Oh, I’m not dead yet’이라는 타이틀과 전시 소개글에 적힌 문구처럼 “생명력이 임시로 제거되었거나 결함 있는” 것들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저는 본격적인 아름다움 보다는 자잘한 재미나 소소한 아름다움을 잘 찾는 것 같아요. 대단히 풍요롭고 명확하게 아름다운 것들을 만나면 오히려 압도되는 기분이 들어요. 상쾌하니 생기 넘치는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 같은 것이요. 감탄하기에도 부족하니 작업하고 싶은 의욕은 사라지고 그저 그 안에 머물고만 싶죠. 제가 바라보고 남겨 놓는 것들은 구석에 있지만 선명한 것, 시시해 보이지만 단호한 것, 꼬여 있지만 개성 있는 것, 가볍고 우스운 것. 뭐, 그런 거예요. 살아 가면서 경험할 수 있는 멋진 것들이 항상 대단한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투영된 것도 같아요. 완벽함을 지향하지만 부족해서 아름다운 것들도요. -네이버 디자인프레스 '이민선 그래픽 디자이너' 인터뷰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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