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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따바라Tabara -> 산따 마르따 데 떼라 Santa Marta de Tera : 23km 예고대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한 3시간 뒤에 두 가지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 길을 택하라고 안드레스가 이야기했다. 그러면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아마 그게 더 짧은 길이라 그렇게 이야기 해준 듯하다. 마을을 빠져나오는데 2년 전에도 짓고 있던 스페인 - 포르투갈 간의 고속철길이 아직도 공사 중이다. 엄청난 예산으로 짓는다는데 더디고 더디다. 오늘은 발바닥이 너무 아팠다. 비도 오고 길은 진흙길로 변해서 다리가 아주 엉망 진장이었다. 게다가 쉴 수 있는 다음 마을은 15km 이후에나 있어서 진흙 갓길 나무 그늘에 가방을 세워놓고 서서 쉬어야 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되나 생각하다 보니 어려운 오르막길도 지나고 있었다. 어려운 가정환경에 있는 소녀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 이런 것을 기획해볼까? 거기까지 어떻게 발전시키나 등등을 생각했다. 실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 컴퓨터 분야 봉사단원을 하면서 빈부격차 만큼이나 큰 정보의 격차 디지털 디바이스에 대한 접근성의 격차로 인해 가난한 삶은 벗어나기란 갈수록 어려워 지는 세상을 경험했다. 남녀격차는 없다지만 아직도 가난한 나라에서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가 있으면 여자 아이는 하루 종일 물 뜨러 보내고 남자 아이는 학교에 보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팀 프로젝트로 소녀들을 위한 컴퓨터 교육을 하면 그 뒤에 배워서 보다 나은 직장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 소득도 높아지니 삶이 나아지겠지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세팅하느냐를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순례자 길의 가장 유명한 프랑스 길은 중간 중간에 순례자들을 위한 휴식처가 있어서 앉을 곳이 간간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은의 길과 사나브레스 길엔 그런 배려는 찾기 힘들다. 간혹 마을에서는 손님 유치 차원으로 화살표를 자기들 마을로 오게 해서 속절없이 빙빙 둘러 나오기도 한다. 오늘도 그런 느낌을 물씬 받은 비야누에바 데라 뻬라스Villanueva de las Peras를 지나 산따 크로야 데 떼라Santa Croya de Tera로 접어들었다. 마을 입구에는 순례자를 위한 글이 적힌 돌로 된 표지석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걷는 이여, 당신이 하는 일을 숨기지 말고, 당신이 하는 말보다 더 많은 일을 하세요. 당신의 걷기가 당신의 명성을 넘어서는 것이기를!” 작은 마을에 인상적인 순례자를 위한 표지석이다. 문제는 잠시 쉰 이후로 발이 더 아파왔다. 겨우 산길을 빠져나왔다. 아무래도 오예로스 데 떼라Olleros de Tera까지의 15km를 더 가는 건 시간과 내 발 상태로서는 너무 무리라서 산타 끄로야 근처나 그 다음 마을인 산타 마르따까지 가야지 하고 겨우겨우 발을 달래며 걸었다. 하지만…. 예고대로 두 마을 다 알베르게가 겨울 비수기라 호기롭게 다 닫았다. 밖에서 보니 시설도 무지 좋더구만…. 아무리 유지가 안 된다고 소수의 가여운? 순례자들은 어떻게 하라고 이렇게 문들 굳게 닫아두시나요? 산따 마르따 데 떼라Santa Marta de Tera에서 완전 낙심해 바에 들러 숙박할 곳을 동네 사람들에게 물었다. 안내서에는 호텔이 있는 걸로 나와 있었는데 젠장, 여기서도 5km나 더 가야 한단다. 완전 낙심한 상태가 되었따. 다행히 거기서 택시를 타고 온 사람이 있는데 택시를 타고 거길 갈거냐고 나에게 물었다. 내가 걸어가겠다고 하니 조용히 바의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불러서 택시 아저씨가 그냥 태워다 준다고하니 타고 가란다. 아마도 상태가 안좋은 동양의 순례자가 계속 걷겠다고 우기니 착한 여인이 나를 달래서 이 고통을 멈추게 하고 싶었나 보다. 지금 생각하니 따뜻한 마음이 고맙다. 택시 아저씨가 친절히 내일 갈 까미노 길까지 차로 안내해 주었다. 감사하다고 인사하면서 그에게 이름이 뭐냐고 했더니 ‘앙헬Angel(천사라는 뜻)’이란다. 아저씨는 오늘의 내 천사다. 진흙탕으로 범벅이 된 다리의 거지꼴로 방에 들어와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우니 정신이 돌아왔다. 아니다 다를까 이렇게 몸이 힘든 건 내 달거리의 시작이라 그랬다. 내일은 또 어떻게 하나…. 혹시 안드레스가 걱정할까봐 오늘 도착하기로 한 알베르게에 전화를 걸어 걱정할까봐 전화한다고 나는 다른 곳에 묵는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안내서를 보니 이렇게 숙소가 닫힌 곳을 나는 또 얼마나 가야하나 하는 걱정이 엄습해왔다. 몸 상태를 봐서 내일은 조금만 걸어야겠다. 걷는 순례자들이 많지 않아 침대 경쟁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렇게 문을 열지 않는 알베르게가 많으니 또 다른 난관이 생겼다. 걱정이다. 그래도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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