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가란자 에 모레루엘라 Garanja de moreruela ~ 따바라Tabara : 26km 아침에 바에서 까페 꼰레 체를 한잔 마시고 다행히 와이파이가 있어서 어머니와 설날 인사를 했다. 알베르게로 돌아와 어제 50km를 걸은 마테오와 인사를 하고 산띠아고에 있는 알베르게 정보를 교환했다. 이딸리아식 볼키스 인사를 나누고 출발하는데 뒤에서 ‘부엔 까미노! 에스뜨레야!’라고 큰 소리로 나에게 외친다. 기운찬 인사에 웃으며 돌아서는데 ‘어, 내 스페인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부터는 까미노 사나브레스Camino Sanabres의 경로로 접어든다. 이 마을에서 프랑스 길이 있는 아스토르가Astorga를 가는 쪽과 갈리시아 지방의 오우렌세Ourense를 지나는 까미노 사나브레스 루트가 시작된다. 표지판을 확인하고 대망의 산악지대로 접어들기 위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한참 가다보니 강이 나온다. 다리도 너무 멋있다. 다리를 건너면 고속도로와 오리지날 까미노 루트가 있다. 당연히 오래된 까미노 루트를 택했는데, 웬걸 이건 하드코어 산악등반 수준이다. 심지어 통로가 너무 좁아 잘못하면 강으로 훅 떨어지는 위험한 절벽길이 간혹 있다. 경치는 너무 멋있지만 비오는 날 이 길은 완전 비추다. 하지만 왼쪽으로 펼쳐지는 드넓은 강과 절벽의 경치는 가히 장관이다. 숨을 헥헥 거리며 마저 올라오니 협곡을 지나는 강이 멋지다. 가방을 세워두고 초리소 등으로 점심을 먹으며 경치를 즐겼다. 흥에 겨워 절벽 바위에 누워(서서 찍기엔 너무 무서워서) 풍경 사진을 찍었다. ‘우아! 이 길은 어떻게 지나란 말이지? 장관은 장관이네’ 하며 다시 길을 내려오기 시작 했다. 간간히 사냥을 하는 총소리가 들렸다. 사냥개들이 짖는 소리도 들렸다. 스페인은 봄이 되기 전까지 겨울에는 사냥이 허락된단다. 하지만 총소리는 늘 달갑지 않다. 파라몬따노스 데 따바라Faramontanos de Tabara에 도착해 바에 들어가서 커피를 시켜마셨다. 내 에너지드링크 까페 꼰 레체. 앞으로 8km 만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따바라Tabara에 도착한다. 오늘의 여정은 26km라고 되어 있었지만, 다리를 건너는 이후로 거친 오리지널 까미노 루트까지 합치면 30km는 족히 걷는 느낌이었다. 오후 5시가 다 되어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힘들었다. 입구에서 며칠째 만나는 스페인 사람 안드레스를 만나서 따바라의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벌써 세 명이나 알베르게에 있었다. 한명은 주인장, 그리고 페드로와 호세. 다들 성경의 주요인물들이라니! 페드로는 친절했는데 주인장은 친절한 것 같으면서 무언가 고압적인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나에게 강요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밤에 숙소에서 파티가 있다고 했다. 순례자들의 즐거운 저녁 식사 파티로 생각했는데 소박한 기대가 무색하게 무려 25명 이상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저녁을 먹었다. 주인장은 자신의 알베르게를 매우 자랑스럽게 소개하고 전혀 까미노에 대한 이해가 없는 동네 사람과 그들의 지인이 모여 떠나가라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따. 나는 험한 산길을 오르내린 탓에 피곤하고 정신이 없었다. 심지어 옆에 앉은 어떤 아저씨는 술을 자꾸 주려고 하길래 내가 내일 걸어야 된다고 했더니 ‘차타고 가면 되지’라고 해서 힘이 탁 빠졌다. ‘어구야… 이 사람은 진짜 이 알베르게에 놀러왔구나!’ 지난번 까미노에서 만난 프랑스 할배 레미는 따바라의 알베르게 좋다고 나에게 이야기 해줬는데 레미에게는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여기 주인장 욕심이 너무 과하며 순례자에 대한 배려를 하는 척 하지만 자신의 욕심이 더 앞선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곤해서 침대에 먼저 누웠는데 온 몸이 다 아파온다. 내일은 비도 온다는데 심지어 다음 마을의 두 알베르게가 다 닫아서 안드레스는 12km를 더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내일 걸어보고 판단해야지라고 생각했다. 일단 저 파티객들의 소란을 뚫고 평화롭게 잠을 잘 자는 게 우선인 밤이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