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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몬따마르따 Montamarta ~ 가란자 에 모레루엘라 Garanja de moreruela : 23km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새벽 4시쯤 깨서 뒤척이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식사를 하고 혼자 느긋하게 짐을 꾸리고 그 좋은 숙소를 나오는데 주인아주머니가 또 친절하게 이것저것 알려주셨다. 오늘 가는 곳의 숙소를 못 찾으면 본인이 아는 숙박시설로 가라며 그곳의 정보와 경로를 알려주었다. 덧붙여 오래된 교회 쪽으로 가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 오늘은 비가 온다고 일기예보에서 그러더니 어김없이 비가 왔다. 다리를 건너는데 풍경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배경 같았다. 오랜된 교회와 강이 지나던 자리가 기묘한 식물들과 어우러져 웅장한 풍경을 보인다. 내가 영화감독이면 이 장소의 풍광을 꼭 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경치다. 표지판을 찾아 까미노로 들어서는데 누군가의 ‘신이 너의 곁에 있다 Que Dios te acompañe’라는 낙서를 보는 순간 울컥 했다. 오늘은 비도 오고 외로운 혼자만의 길이니 나에게 상당히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오르막길을 올라 한적한 들판 속을 비를 맞으며 까라꼴Caracol(달팽이)처럼 걸었다. 비막이 덮개를 씌운 배낭을 메고 걷는 모습이 딱 달팽이의 모습이었다. 한곳에 사진을 찍는다고 오래 서있자 내가 서 있는 게 불안했는지 숨어있던 토끼가 확 튀어나와 도망을 간다. 아 놀래라. 그런데 솜뭉치 같은 털을 중심으로 실룩거리며 뛰어가는 그 녀석의 엉덩이가 너무 귀엽다. 오늘은 두 번이나 사진을 찍다가 숨어 있는 토끼가 뛰쳐나가며 내 앞을 깡총깡총 뛰는 모습을 구경했다. 비가 계속 오는데 오늘은 15km 넘는 동안 마을도 없다. 고로 가방을 내리고 편히 쉴 곳도 없다. 매우 추웠다. 중간에 사진 많이 찍어오라던 친구들의 요청이 무색하게 핸드폰이 꺼져버렸다. 오늘따라 밧데리를 배낭에 넣었는데... 우비 쓰고 꺼내느라 고생을 했다. 얼마나 걷는지 GPS앱을 하나 켜놨더니 배터리 소모 작렬이었나 보다. 다 마른 강 길을 또 지나고 고속도로를 따라 또 걷다가 배도 고픈데 다 부서진 오래된 성터가 보였다. 그냥 거기 가방을 던지고 점심으로 산 하몽을 우걱우걱 먹었다. 비에 손이 얼어서 감각이 없을 지경이었다. 가방을 내리고 쉬니 비가 좀 잦아들어 다행이었다. 오래된 성은 꽤나 크고 아름다웠을 텐데 엄청난 공격을 받았던지 성벽의 기둥 밑자락들만이 멋들어지게 남아 있었다. 두개의 오래된 마을을 지나 윈도우 배경화면 같은 언덕을 지나 오늘의 목적지에 도착했다. 의외로 자모라에서 만난 스페인인 안드레가 벌써 알베르게에 도착해 있다. 반가운지 짐도 풀지 않은 나에게 수다를 멈추지 않았다. 동네 슈퍼에서 낼 점심거리를 사고 바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저녁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 이탈리아인 순례자가 저녁 8시가 다 되어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그는 오는 내내 내 발자국을 봤다고 했다. 이 늦은 시간까지 걷다니! 그는 오늘 50km를 걸었단다. 세상에! 그는 너무 많이 걸어서 초죽음 직적이었다. 자기가 프랑스 길에 처음 만난 다비드라는 한국인 이야기를 하며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다를 떨고 숙소로 돌아와 나는 잠들 준비를 한다. 나는 아직도 시차 적응 중이다. 내일은 비가 안 온다고 하니 다행이다. 동행이 두 명이나 생겼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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