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에서 교육 기획자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

이준건 ・ 2024.03.26

💡 교사에서 교육 기획자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한창 취업 면접을 보러 다닐 때, 자격증을 보면 꼭 묻는 말이 있었습니다. "교직 자격증이 있는데 왜 취업을 하세요?" 미리 준비해 둔 답변은 있습니다. "교사도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이처럼 미리 준비한 답변은 있지만, 사실 속내는 그보다 복잡했습니다. 교사의 일 교생 실습과 특강 등으로 학교 현장에 몇 번 나가보고, 주변에 교사들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 교사의 업을 알고 있습니다. 사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닙니다. 때로는 '학생을 관리하는 사람'이 더 적절한 말 같아요. 생기부를 작성하고, 학생과 상담해 주고, 학교폭력에 대처하고, 학부모와 연락을 주고받고, 교육부 지침을 업데이트하고, 입시 자료를 분석하고……. 과연 이것이 '가르치는 사람의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가르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교사라는 직무가 잘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변 사례를 봤을 땐, 가르치는 일보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교사로서 좀 더 롱런하는 것 같더군요. 혹은, 교사에 대한 사명 없이, '직업으로서의 교사(워라밸, 연금, 고용안정 등)'를 추구하는 사람이거나. 교육 기획자는 무엇이 다를까 반면 교육 기획자는 교사와 다릅니다. 교육서비스업 역시 학생을 상대하는 일이지만, '교육상품'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도, 교육에 관심이 없어도, 학교를 몰라도 유능한 교육기획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학생 관리'라는 종합적인 니즈가 있는 학교 현장과 달리, 교육서비스업은 '상품 판매'라는 명확한 단 하나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죠.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습니다. 1) 학생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육상품을 판매하는 일입니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합니다. 교사가 공무원 월급을 받긴 하지만, 어쨌든 학생에게는 전적으로 '무료'에 해당합니다. 반면 교육상품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그 비용은 누가 댈까요? 바로 부모님입니다. 그래서 교육상품은 반드시 '교육 효과=성적 상승'을 보장해야 합니다. 교직 출신 교육 기획자가 많이 놓치는 부분이 이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좋은 교육은 교사에게 주어진 역할입니다. 교육상품은 '성적 상승'에만 집중하면 됩니다. 2) 교육상품은 '상품'입니다. 교사가 힘든 점 중 하나는, 학부모나 학생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문의가 오는 것입니다. 좋게 '문의'라 표현했지, 악의적인 괴롭힘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육상품은 어쨌든 상품이므로 일단 판매하면 그걸로 끝. 상품이 나가기까지 수많은 검수 과정을 거치므로 문제가 생기기도 쉽지 않지만(교사는 수업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인지하기 힘듭니다), 문제가 생기더라도 상사와 회사가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이 점은 교육서비스업이 교사보다 더 나은 점 같기도 합니다. 교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100%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이직도, 퇴직도, 전직도 어렵습니다. 반면 교육서비스업에는 이직이 활발하게 일어나며, 일정한 역할이 아닌 이상 자신이 모든 걸 책임지진 않습니다. 3) 그래서 성과가 중요합니다.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 조직의 특징은 '성과'가 아니라 '문제 예방'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생길 만한 일을 안 만드는 게 더 중요한 것이죠. 반면 교육서비스업은 성과가 중요합니다. 학생을 가르치고 관리하는 지식보다, 마케팅과 영업, 기획에 대한 지식이 더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교사와 교육 기획자도 일견 비슷해 보이나 대단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교사가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듯, 교육 기획자도 가르치는 사람이라 보긴 힘듭니다. 교육상품을 판매하는 사람, 이 적절하겠네요. 학교와 사회가 분명히 다르듯, 두 직업 역시 다른 역할과 자질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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