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섭섭]
뭔가 왕창 쓰고 싶은데,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
사고회로가 망가진걸까.
아니 그건 아닐거다.
그냥 뭘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닌거지.
자신감이 많이많이 부족해졌다.
별로 원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담당 업무를 넘겨야 한다는 건
어떤 측면에선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안도감의 이면에는 실망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나의 가치가 이것밖에 안되나? 하는 마음.
근데 솔직히 나의 가치가 단순히 4자리 연봉으로 매겨지는 거라면,
그것도 나름 자존심 상하는 일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존엄성이라는 게 있는 인간인데,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게 말이 되는걸까.
정말 말 그대로 '시원섭섭'하다.
그래도 내가 관여해야 할 일이 계속 줄었으면 좋겠다.
내 수준에는 너무 부하가 심한 상황이었으니까,
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든 사실 별 상관이 없다.
나는 할 수 있는게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사람은 저마다 입장차이라는 게 있는데
클라이언트라고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내 의견을 좀처럼 굽히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아무리 내가 을의 을의 을일지라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인데 서로 이해해주는게 좋지 않나?
라는 생각이다.
쓰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부정적인 글은
소셜에서 처음 작성해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야 내가 원하던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니까, 말이다.)
나는 어디까지 가능한지, 무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인지
다른 시각에서 다시 시작하며 지켜보고 싶다.
다들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의무감으로 메이지 않고,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뛰어나지는 못해도 망치지는 않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은 그렇다 쳐도 내 자신을 망치기 시작하면,
진짜 복구하기가 너무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비단 커리어 뿐만 아니라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나의 욕구가 어디서 어떻게
분출이 될지 모르니까 너무 무서운일이다.
그래서 항상 스스로를 잘 돌아보아 주고, 돌보아주고,
내 마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게 정말 중요하다.
하루 더 빨리 지금의 이 모습을 벗어버리고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마 나한테 맞는 것이라면,
당신이 말한 것처럼 '능동적으로' 할 수도 있겠죠
이 글은 당신을 저격하는 글은 아니지만,
내가 그 한 마디에 흔들리는 사람이라는게 분해서 언급해 봅니다.
나도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아니 그렇게 해왔던 사람인데
지금은 너무 망가져버렸습니다.
그걸 당신 탓만 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아직 경험이 많이 많이 부족한 탓이라고 하죠.
저는 뛰어난 사람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이라.
그래도 제 진정한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서
적어도 그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당신들보단 훨씬 많이 뛰어난 사람이 될게요.
아마도 이미 그런 부분들이 많이 있겠지만,
지금은 솔직히 자신이 많이 없네요.
풀리지 않는 것을 풀어가는 너의 그 조그마한 용기,
그리고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하는 그 끈기,
물론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겠지만,
나는 너를 많이 칭찬해줄게.
그 동안 네가 만들어온 일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너만은 알아줘야지.
그걸 내가 대신해줄게.
힘은 내지 않아도 돼.
그냥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