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발베르데 데 발델라까사Valverde de Valdelacasa ~ 모리예 Morille: 43.3Km 아름다운 산동네의 작은 마을 발베르데 데 발델라까사(푸른 계곡의 집이라는 이름)를 레미와 함께 나왔다. 누군가와 비슷한 속도로 40여 km를 하루에 걸은 날은 오늘이 처음이다. 66세의 레미는 호기심이 많아 브런치를 한 마을에서건 길에건 스페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고 재미난 정보를 많이 얻어냈다. 그는 니카라과 출신의 부인과 남미의 여러 나라에서 오래 살아 스페인어를 잘 한다. 푸엔떼로블레 데 살바띠에라Fuenterroble de Salvatierra에 오전 11시쯤 도착해서 배를 채우고 거의 30km를 더 걸어야한다. 하루에 40km를 걷는 건 사실 좀 힘들다. 그래서 어제 밤에 경로를 고민하다가 내가 세운 계획은 푸엔떼로블레 데 살바띠에라에 묵을 계획이었으나 너무 일찍 도착해서 중간 마을이 없지만 산 뻬드로 데 로자도스San Pedro de Rozados까지 용기를 내서 더 걸어 보기로 했다. 마을을 벗어나니 멋진 로마시대의 넓은 길이 나온다. 레미가 밀리아리오Miliario의 라틴 숫자 읽는 법을 알려주었다. 은의 길 곳곳에 있는 원형 돌기둥으로 된 밀리아리오를 무슨 뜻이 이겠거니 하고 그냥 지나쳤었는데 레미가 그 뜻을 알려준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로마에 중요한 소식이 있으면 밀리아리오에 새겨서 방대한 로마 제국의 소식을 전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왕이 죽었다는 짧은 문자와 그 정보를 언제 썼는지의 날짜 등을 간결하게 담은 오래가는(이천년이나 가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천년 전 로마인들은 대단한 건축가였다. 아직도 도로며 담들이며 다리며 성들이 곳곳에 튼튼히 남아 있다. 그 길을 확인 하는 것이 은의 길의 하이라이트이다. 밀리아리오의 내용도 읽고 대화를 나누며 서로 사진도 찍었다. 매번 혼자 걸었는데 많은 것을 배우는 걷기는 또 오랜만이다. 오늘의 여정에서는 다행히 엄청 가파른 오르막길은 나오지 않았다. 물을 얻을 겸 멋진 밀리아리오 두개가 있는 농장의 집에 들러 물을 얻고 레미가 길을 물었다. 친절한 농장 여주인은 까미노 루트의 두 갈래 길 중, 한쪽은 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야 하고 다른 쪽은 두개의 마을을 지나는 길인데 더 평탄한 길이지만 산 뻬드로 데 로자도스San Pedro de Rozados로 가지 않고 모리예로 바로 가니 4~5km를 더 걸어야 한단다. 농장 여주인이 추천한 길로 가기로 했다. 믿을 만한 동네 주민의 정보를 따르는 게 제일 좋다. 레미와 나는 평탄하지만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 모리예로 바로 가는 길을 가기로 했다. 멋진 농장과 멀리 눈 덮인 산맥의 경치를 뒤로하고 한참을 걸었다. 중간에 작은 마을을 하나 지나 커피로 에너지 충전하고 내려오는데 천둥번개가 멀리서 다가온다. 66세의 레미는 40km가 넘는 힘든 여정임에도 ‘멘탈로 극복한다’며 정말 힘들어하는 기색도 없이 튼튼히 잘 걸었다. 멋진 동료 순례자다. 같이 걸어 덜 힘들었다. 고맙다. 두개의 아기자기한 마을을 지나 마침내 알베르게가 있는 버섯이란 뜻의 모리예에 도착했다. 하루에 43km를 걸었다! 하루에 최장 걷기 기록을 깼다. 레미의 말 처럼 멘탈로 극복한다. 내일은 마침내 교육의 대도시 살라망카Salamanca에 도착한다. 기대된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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