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에는 내 자리야 있겠지만] 부서를 옮기고 10개월 차, 많은 것들이 스쳤습니다. 처음에는 걱정하지 말라며 도와준다기에 믿었고, 약 1개월이 지나서 어느정도 현실을 알게 되었지만 점점 돌이킬 수 없게 되었습니다. 좋은 동료들은 많았습니다. 모르는 것도 아는 것도 이해해주고 도와가며 일하고 어느 때에는 매우 친한 친구처럼 지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다 한 때 였습니다. 모든 조직이 그럴일은 없을테지만, 저마다의 페르소나가 필요한 곳이었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페르소나가 있었고 간혹 그 내면을 내비치기도 했지만 결국 나를 받아주고 이해해 줄 사람이나 상황은 없었습니다. 가족도 아니고, 회사 아니면 볼 일 없는 남인데 조금이라도 그런 생각을 했다니 미련하다 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쩌면 저는 순진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페르소나를 본체처럼 믿으면서 살았으니까요.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면서 페르소나와 구분이 되는 내면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내면이 더 고운 사람도 있었고, 어떤 사람들은 내면을 가리는 페르소나가 두꺼운 사람도 있었습니다. 감언이설을 하던 윗사람들은 그저 일을 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었고, 귀찮아지기 시작했을때 부턴 전부 알아서 하거나 조금이라도 못하는 것에는 지적을 받아야 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일이었다면 제 잘못이려니 넘어갔겠지만, 경험해 본적 없는 일을 고작 한 달만에 잘하려니 여간 어렵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말이 조금도 정당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말이 저에게는 너무 날카로웠을 뿐이죠. (정당성이 아주 충분치는 않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 동료들에게도 비슷한 것들을 느꼈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 더 가깝게 잘 지낸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에게나 저에게나 서로는 스쳐지나가는 인연일 뿐이었습니다. 위에서의 압박은 더해가고, 흥미로울 만한 것들은 모두 사라져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남지 않기까지 고작 4개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이직을 결심한 것은 부서를 이동한지 고작 2개월 차였는데 말이죠, 이제는 모든 것이 귀찮고 버겁게만 느껴졌습니다. 네 맞아요.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누가 들어주든 들어주지 않든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기도 하고, 이상하게 온라인에서는 용기가 생기기도 하고 이러한 일에는 따끔한 말보다 격려해주는 사람이 많아서 입니다. 저는 솔직함을 늘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사회생활 하다보면 숨기게 되는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숨쉴 수 있는 공간 하나쯤 있어야 하니까요 소셜은 처음부터 저에게 그런 공간이었지 싶습니다. 글을쓰면서 힐링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면서 위안을 받고 참 좋았습니다. 무튼 다시 돌아와서,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으면서 이직을 준비하고 시도하기를 벌써 반년이 넘는 시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다 말할 수 없지만, 반드시 환승이직을 해야만 하는 저로서는 계속해서 좌절되는 상황들에 치명적인 내상이 생겼습니다. 그동안 매일같이 써오던 일기는 한 달쯤 방치되어 있고, 올해 맘먹고 시작했던 불렛저널도 비스무리하게 방치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불합격 통보를 받아도 생글생글 감사합니다 하며 회신을 하던 저였는데, 지금은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계속해서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를 몇 개월째 였습니다. 하지만 사회, 그 중에서도 기업은 냉정하다는 것을 저는 가끔씩 놓치고 사는 것 같습니다. 가능성 하나만으로 알아주는 그런 시대는 어쩌면 다시는 오지 않을 그런 시대이니까요. 그래서 잠깐 커리어를 그리는 것을 멈추기로 하였습니다. 내 인생의 가치가 어디에 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사실 일만 하다가 가려고 태어난 것 같지는 않아서 모르긴 몰라도 이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커리어에 대한 욕심, 그냥 물적 욕심 같은 것들을 내려두고 나에게 집중해보기로 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을 찾아다녀보기로 합니다. 팍팍한 서울살이에 지쳐 돌아가는것도 맞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좀 더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욕심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행복을 찾아서 움직이며, 그 와중에 세상을 변화시키는 그런 일이 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는 내 자리야 있겠지만, 구태여 그 자리만 신경쓰고 내 자신을 돌보지 않는 것을 이제는 정말 멈추기로 했습니다. 제가 서울에서 언제 돌아가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팍팍하고 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삶을 그만두고 이제는 제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사랑스러운 가족과 함께 행복을 찾는 여정을 함께할 것입니다. 다들 그렇게 행복하게 솔직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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