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
나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안좋은 일들은 기록하지 않으면 잘 잊어버리는 것.
어느샌가 부터 그런 능력(?)이 생겼다
나는 무엇을 지우고 잊어버리고 싶었던 걸까,
아무런 기록이 없으면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근데 여기에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따른다
기억은 잃었지만, 감정은 남아있다는 것.
이따금씩 어디서 어떻게 온지 모를 감정에 괴로워한다.
어렸을 때 부터 작은일 큰일 관계없이
굉장히 많은 감정들을 가감없이 받아들이며 살았다.
그래서 일까,
부정적인 감정을 덮으려 몸이 반응하는 것 같았다.
어찌보면 '억압'하고 있는 것인데,
장기적으로나 결론적으로 딱히 좋은 것 같지 않다.
내가 작년 초 즈음부터 입버릇처럼
되뇌이고 주변에도 가끔 하는 말인데
무엇보다 '내 자신'을 알아주는게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 이다.
그러려면 나 자신과 정말 많이 친해져야 한다.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다른데서 찾지 말고,
스스로에게 잘 말하고 잘 들어줄줄 알아야 한다.
감정이라는 게 누가 갑자기 툭 놓고가거나
휙 던지고 가는 그런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발생과는 별개로 내가 꼭 해결해야만 한다.
내가 가진 감정을 그 날 것 그대로 이해해 줄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그러니 무작정 '소거하는 삶' 보다는,
스스로와 친해지고 평생을 함께하는 법을 배우기를
그래서 혹시나 내 옆에 아무도 남지 않게 되더라도
외로움 많이 없이 그 삶을 온전하게 지켜나가기를.
저도 똑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이 많이 가네요. 상처받은 감정은 기억에서 지워버리려 해도 항상 어딘가에 남아 있어서 때론 갑자기 튀어나와서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런 감정들을 소거하기보다는 그대로 인정하고 스스로와 친해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씀, 정말 공감이 많이 가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와 친해질 수 있는 그 시간이 빠르게 오길 바라요.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