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호선 전동열차고장]
그냥 걸었다. 뭐라도 붙잡고 타자 싶어서
그런데 실은 안가고도 싶었다.
가랑비에 옷젖는줄 모른다는 말처럼
차가운 바람이 스치고 간 나의 몸은
나는 개의치 않는다고 생각하였을지라도
내 몸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스쳤던 바람들은 그저 스치는 것에 지나지않고
몸안에 켜켜이 쌓여 제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마쳤다.
이윽고 내가 버스에서 몸을 내릴 때 쯤
속을 내어 보이며 곧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만들었다.
그대로 쓰러졌으면 좋았을 걸
그렇게 생각해버릴 뻔 했다.
많이 늦은 출근을 했지만,
정시에 퇴근할 수 있게 되었다.
후 오늘도 살아남았다.
1년 하고 하루 지난 오늘
처음하는 지각이 이렇게 다이나믹하다니,
다시는 그런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름의 여유가 생긴 건 좋지만.
모두들 힘들었을 오늘 하루
퇴근에 맞추어 뒤로 던져버리고 안온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