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내 짐이 늘어난다는 것은, 조금 더 해보겠다는 의지와도 같다.
그래서 나의 첫 출근은 매우 조심스러운 편이다. 꼭 필요한 물품만 가볍게 챙겨온다. 그리고 하루하루를 보내며 책상 위를 나의 공간으로 만들어도 괜찮을지 가늠한다. 여러 번의 이직을 거치며 쌓인 슬픈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처음으로 돈을 들여 키보드를 샀다. 마우스, 장패드, 꼬마 가습기에 전기방석도 함께다. 이건 그만큼 열악한 사무실 환경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하루만 일하더라도 제대로 임하고픈 나의 간절함이다.
이리 많은 물품을 들여놓고나서야 깨닫는다. 지금의 나는 미래에 투자하기보다 오늘을 충실히 보내고 싶은게로구나. 월급은 늘 고만고만하니 통장의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닐테고,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진거라 생각해본다. 지금 집중할 수 있다면 나중에 짐 치우는 일이 대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