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라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디지털노마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나는 그 좋다는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100% 펼치지 못하고 있다.
내게 최고의 업무 공간은
바로 내 방 책상 앞이기 때문이다.
사실 봄, 가을 같은 계절엔
공기 좋은 캠핑장에서 두뇌를 정화하며 일과 쉼을 동시에 즐기겠다는 행복한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상상했던 내 모습과 현실이 많이 달랐다.
프로페셔널한 디지털노마드를 상상하며
읽을 책과 일거리들, 노트북을 바지런히 챙겨가지만
곧바로 대자연(?)의 한가로운 분위기에 취하고,
한 잔 두 잔 술에 취하고,
그러다 불멍에 취하고,
어느새 잠에 취하는 게 현실..
뼈 때리게 아프지만, 책 한 장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 팩트다.
게다가 캠핑 의자나 테이블은 업무용으로 편하지 않아
오래 앉아 집중하기 힘들다.
오늘 오후,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책상 앞에 앉아 있으니
내 검은 자아가 또 슬쩍 유혹의 손길을 건넸다.
'마음도 싱숭생숭한데 캠핑장에서 디지털노마드 어때..?'
아주 잠깐 흔들린 건 사실이지만
이미 처참한 실패를 경험했기에 가볍게 녀석을 무시할 수 있었다.
디지털노마드의 삶.
화려하고 멋진 말이지만 자유라는 함정에 빠지진 말길..
책상 앞에서 몰려오는 졸음을 내쫓으며 또 한 번 되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