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어떤 대상을 말도 안 되게 좋아하면 그 마음이 감당이 잘 안 돼서 살짝 딴청을 피우는, 그리 좋다고는 하지 못할 습관이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다 보면 지나치게 진지해지고 끈적해지는 마음이 겸연쩍어 애써 별것 아닌 척 한다. 정성을 다해 그리던 그림을 누가 관심 가지고 살펴보면 괜히 아무 색깔 크레파스나 들어 그림 위에 회오리 모양의 낙서를 마구 해서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던 여섯 살 적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다. 말도 안 되게 좋아하는 걸 말이 되게 해보려고 이런저런 갖다 붙일 이유들을 뒤적이기도 한다.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것 같다. 술은 나를 좀 더 단순하고 정직하게 만든다. 딴청 피우지 않게, 별것 아닌 척하지 않게, 말이 안 되는 것은 말이 안되는 채로 받아들이고 들이밀 수 있게. https://noez.tistory.com/7 +)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던 마음'의 묘사를 읽고 몸을 긁게 된다. 나는 술을 덜 좋아하는 건지, 술을 마신다고해서 단순해지고 정직해지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지만 술이 아니더라도 감당이 안 되는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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