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주지 않는 것을 어찌 알까요 - 팀 매니징을 하다보면 당연히 피드백이 필요한 경우들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문제의 무게가 가벼울수록 피드백하기가 쉽고, 무거울수록 그 반대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입니다. 사칙을 여러 번 어기는 것과 같이 당사자든 회사든 매니저든 누가 보아도 명백히 피드백이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라면 오히려 피드백을 하기가 수월합니다. 이 경우 피드백을 드려야 할 사항들과 이후에 일어날 일들, 다시 사칙을 어겼을 때 내려질 수 있는 징계 등이 회사 측에서 쫙 정리되어 내려오는 경우도 많고, 그렇지 않더라도 전할 사항들이 아주 명백합니다. 그 외에도 매니저는 '팀원이 굳이 이런 걸로 따로 불러내어 잔소리 한다고 생각하면 어쩌나.'라는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도 있습니다. 대면으로 아픈 소식을 전해야 하는 어려움, 그리고 이 지경이 되도록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자책, 그간 나의 많은 피드백에도 불구하고 따라주지 않은 팀원에 대한 야속함 등이 엉켜 심리적으로는 아주 힘들 수 있지만, 전할 말과 해야할 행동 자체는 깔끔히 정해져있습니다. 반면 오히려 증상이 경미할 때의 피드백이 난이도는 더 높습니다. 누군가가 듣기 불편한 말은 사실 하는 쪽도 마음이 불편해지고, 거기다 나의 이미지를 손상시키거나 내가 미움받을 가능성을 높이는 일인데, 그냥 못 본 척 넘길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굳이 이러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제 발생 초기에 사소한 부분들을 잡아 '이러한 부분이 어떠한 기대치에 얼마나 부합하지 못한다.'고 정확히 구석구석 짚어주려면 그것만으로도 매니저의 공수가 굉장히 많이 들고 이러한 방향을 취한 다음에는 개선이 되고 있는지를 계속해서 트래킹해야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지도가 필요해집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초기에 문제점을 진화해버리는 것은 매니저 입장에서 밑져야 본전입니다. 내 팀원이 누가봐도 문제아가 되어있을 때는 오히려 여기저기서 위로의 말이 쏟아지지만, 고생 고생해서 비밀리에 내 팀원을 본래의 궤도에 올려놓고 나면 그에 대해 보상해주거나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이 정도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마이크로 매니징은 아닐지, 혹은 매니저인 내가 너무 예민하게 보이지는 않을지, 괜히 사소한 문제로 우리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지 '피드백을 해야할 것 같은데'라는 직감과, '하기 싫은데'라는 기분이 싸우는 가운데 생산되는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다가 "본인이 못 하는 걸 본인이 제일 잘 알텐데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개선하지 않을까?" 라는 기적의 희망회로를 돌리며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구성원들은 대체로 자신들의 작업물이 회사의 어떤 기대치들을 얼마만큼 맞추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시장 전체로 보았을 때의 나의 객관적인 실력이 어느 정도겠다는 감은 오히려 잡기 쉬울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실력의 높고 낮음과 회사의 기대치는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객관적으로는 매우 훌륭한 실력이지만 회사에서는 역량을 더 끌어올려보길 원할 수도 있고, 반대로 시장 전체로 보았을 때 손꼽히는 실력은 아니지만 이 회사에서는 기대 이상의 아웃풋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한 퀄리티보다 생산량, 단가 등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내 실력을 뽐내보겠다고 다른 직무를 고려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터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디테일한 기대치들은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단번에 혼자 알 수가 없고, 자신이 한 작업물에 정확히 대어 설명해주지 않으면 이해하고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들이기 때문에 정확한 피드백이 없다면 '이 회사의 기대치는 이 정도로 충족이 된 모양이다.'라고 파악하고 그 정도의 퀄리티를 유지하는 데 힘을 쓸 가능성이 큽니다. 위에서 아무 말 없는데 섣불리 '제가 되게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라는 질문을 했다가는, 괜히 유난을 떨어 매니저를 성가시게 하는 것은 아닌지, 또는 내 작업물에 별 생각 없으셨던 상사분에 내 질문을 듣고 굳이 내 작업물의 부정적인 면을 뜯어보시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니 팀원 입장에서는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받아들이고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렇기에 초기에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이 본인에게 더 쉽고 이득이 되는 길이라는 이유만으로 팀원이 자신의 행동을 적시에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린다면, 그것은 관리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커리어를 내가 담당하고 있다는 책임감을 가졌다면 미움받기를 무릅쓰고, 마음이 불편한 것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 나의 에너지가 쏟아져 들어가는 일을 '왜?'라는 물음없이 감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움받기를 감수하고 눈을 질끈 감았던 것이 무색하게, 오히려 제가 유독 시간을 들여 부정적인 피드백을 드리고 개선을 요청드렸던 팀원 분들일수록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시곤 했습니다. "저는 사실 전 회사에서 이렇게 정확하게 무엇을 개선해야하는지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확히 배울 수 있는 것이 정말 감사합니다." 매니징이란 진심을 쏟아도 참 티가 나지 않는 것 같다고, 오히려 책임감을 내려놓고 더 쉬운 편을 선택하는 관리자가 더 똑똑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될 때마다 저는 이때의 피드백을 떠올리곤 합니다. "솔직하고 디테일하게 피드백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방향을 잡을 수 있었어요." -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을 매니징하게 되었다 (17) https://brunch.co.kr/@clipkey/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