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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푸엔떼 데 깐또스 Fuente de Cantos ~ 자프라 Zafra: 26.1km 바람!! 하루 종일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그것도 정면에서! "뭐야! 여기가 바람의 나라냐?!!" 하며 소리 질렀다. 걷기 쉽게 뒤에서 불어주면 좀 좋으련만. 덕분에 바람을 타는 커다란 매, 파도처럼 물결치는 풀잎들, 쉴틈 없이 흔들리는 봄꽃을 보았다. 아직도 귀에 바람소리가 웽웽 거리는 듯하다. 친절한 후안마의 가족과 뻬레그리노Peregrino라 이름 붙여진 흰 조랑말을 뒤로하고 자프라로 출발했다. 입구를 나서는데 속옷차림의 좀 어리숙한 스페인 청소년이 저쪽길이라며 나에게 알려주었다. 아닌데.... 성당쪽으로 가야하는데... 그러려면 저 어린 변태아이(그래 보였음) 앞을 지나가야해서 딴 길로 갔다. 여러 번 마을사람들에게 까미노 방향을 물어서 다행히 길을 잃지 않았다. 오늘은 26km 일정으로 도시 안에 위치한 자프라의 알베르게 도착거리까지 계산하면 27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부지런, 부지런!! 작은 마을 칼사디야에 성당을 보려했으나 문이 닫혔고, 15km 남은 지점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려했으나 카페도 문을 닫은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 광장벤치에서 발을 쉬고 그 동안 배나온 할배가 내 쉬는걸 쭉 보고 길을 나서니 ‘부엔 까미노Buen Camino’라고 나에게 인사를 건낸다. 나는 ‘그라시아스Gracias’라고 답했다. 낯선 순례자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인사를 건네는 스페인 사람들이 전세계 사람들을 이길로 끌어들인다. 이 응원의 인사는 까미노의 정신이자 힘이다. 그 다음 마을까지 15km를 더 걸어가야한다. 개울물을 두 번 정도 가로지르고 처음 본 지저분하지만 엑스레마두라 주에선 처음 본 중간 벤치에서 쉬고 부지런, 부지런! 하며 걸어갔다. 그다음 마을에서 쉬려고 했으나 바나 레스토랑을 찾지 못하고 또 마을을 다 빠져나오는 바람에 잔뜩 구긴 인상을 하고 있었다. 한 스페인 소녀가 지나가며 자기 친구에게 큰소리로 ‘저기 중국사람 봐라. Mira! ahi, una China!’라고 말했다. 그 소녀는 내가 못 알아듣는 줄 알고 구경하라는 듯이 친구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지나치 못하고 ‘안녕! 난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야. Hola! no soy China, soy Coreana’ 라고 말해줬더니, 그 두 소녀는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보고, 그 옆을 지나던 동네 할아버지는 한참을 크게 웃으셨다. 가끔 동양인은 다 중국인 취급 당한다. 눈을 찢어 작은 눈이라는 시늉도 종종 하는데, 나는 그때 마다 아주 큰 소리로 ‘중국인 아니고 한국인이야! No Chinita! Coreana(노 치니따, 꼬레아나)!라고 항상 응수해 준다. 두 번째 마을을 빠져나오며 이제 5km만 가면된다고 생각했는데 자프라로 가는 두 가지길 중, 얼터너티브길 말고 오리지날길을 갔다. 처음엔 좋은 길이었으나 자프라의 버려진 오래 된 기차역 길은 슬램가 같이 음습했다. 해질녘에 여길 지나가야 했으면 무서워서 울 뻔했다. 허허 벌판길을 걷다가 갑자기 도시로 들어가면 길이 복잡해지고 내가 가야할 길표시를 찾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혜택도 많지만 복잡한 삶이 도시의 삶과 마찬가지로... 까미노 프랑세스에선 부르고스로 들어가는 길이 그랬다. 도시진입 후 알베르게가 있는 도시중심부까지 한 시간 이상을 걸어 들어가는 피곤함. 게다가 이쁘장하게 치장한 사람들 사이로 진흙투성이 땀범벅의 몸으로 나무지팡이까지 들고 도시로 들어 갈 때의 묘한 느낌. 다행이 자프라가 그리 큰 도시가 아니어서 쉽게 숙소까지 도착했다. 잠깐 숨을 돌리고 장만 보려했으나 시내구경까지 다 해버렸다. 자프라의 성당 안이 참 예뻤다. 여기도 세마나 산타 준비가 한창이었다. 큰 광장을 보고 숙소에 오니 일찍 도착한 오늘의 방순이는 며칠 전에 본 독일여인이다. 반갑다. 오늘은 폭력에 대해 생각했다. 발에 물집이 터지게 어깨가 빠지게 걸어서 힘든 거 보다 몇 만 배 더 힘든 폭력. 남자 형제들은 늘 나를 때렸다. 나이가 들어서도... 엄마의 자식이라 난감하다. 폭력은 당시에는 몸이 아프고 상처가 생기지만 마음에 상처는 이 생애 내에 다 아물까 싶다. 언어폭력도 마찬가지... 그래서 내가 애칭이라는 폭력으로 ’이 뇬아~ 내지는 아 놔~ 씨...’ 라는 말로 상처 받은 이가 있다면 마음 깊이 사과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란 말은 참말이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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