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ached to post

6. 모나스떼리오Monasterio ~ 푸엔떼 데 깐또스 Fuente de Cantos: 22km 아침을 든든히 먹고, 40km를 가기 위해 일정구간 택시를 타고 가는 독일 사람과 스코틀랜드인이 다 가고 나서야 길을 나섰다. 오늘은 극심한 경사와 내리막이 없다고 해서 안심했으나 복병인 심한 바람이 나를 괴롭혔다. 무슨 춘삼월에 3°C란 말인가? 오늘은 길에서 벨기에 남편과 스페인 부인의 커플을 봤는데 올해 스페인은 이상기온 에 시달리고 있단다. 오늘 따라 화장실(지천에 널린 천연 화장실)을 자주 갔는데 주스를 많이 먹어서 이기도 하지만 춥고 바람이 부니 땀 배출을 거의 못해서이지 않나 생각했다. 눈 오는 겨울에 한 까미노 프랑세스에서도 이렇게 안 추웠던듯하다. 게다가 세찬바람은 까미노의 첫날 카렌의 점심을 날려먹은 바람과 흡사했다. 봄인데!!! 들꽃도 지천에 피고 푸른 초원에 소와 양들이 주저앉아 햇살을 즐기다가 나를 쳐다보곤 했다. 돼지 농장이 있는 전원주택 벽면에 산띠아고까지 889km, 세비야까지 114km라고 크게 적힌 표식이 있었다. 까미노 길에 있는 집들은 아기자기하게 자신만의 까미노에 대한 장식을 하는데 이 집 주인은 자기집의 위치가 까미노에서 정확히 어디인지 알려주는 표식을 노란바탕에 파란 테두리의 큰 방향표와 글자 타일로 표시해 두었다. 내가 벌써 세비야에서 114km를 물집 터진 내 발로 걸어왔구나! 오늘 경로엔 식사를 할 수 있는 중간 마을이 없어 도시락을 쌌는데 아니나 다를까 산책 나온 농장의 큰 개들이 나에게 달려오더니 내 가방 냄새를 킁킁거리며 맡았다. ‘얘들아! 이건 내 점심이라구!’하며 속으로 외쳐줬다. 두 마리의 큰개가 내 주위를 빙빙 돌았지만 나는 이제 주인 있는 개들을 대하는데 여유가 생겨 놀라지 않고 큰 바위에 앉아 도시락을 맛나게 먹는 여유가 생겼다. 중간에 돌로 된 표지판과 노란 화살표 길이 달라 곰곰이 생각했다. 어느 길로 가야하나? 나는 노란 화살표 길을 선택했다. 돌로 된 길을 얼핏보니 나무가 무성히 있고 길이 거의 희미해서다. 결과는?! 알베르게 도착한 프랑스여인은 이 돌길표시로 갔다가 길을 잃었는데, 심지어 소떼를 사이를 누비며 걸어야 했다고 한다. 다행히 인근 농장 사람들을 만나 차를 얻어 타고 왔다고 했다. 저녁을 같이 먹은 스페인 노부부의 말로는 항상! 노란 화살표 우선을 가란다. 돌 표시판은 길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멀리서 부터 오늘의 목적지 푸엔떼 데 깐또스Fuente de Cantos가 보였지만 좀처럼 도착하기 힘들었다. 마을 이름이 노래하는 샘이라니 아름답다. 그 생각도 잠시 춥고 바람이 세차게 부는데 발에는 또 물집이 차올랐다. 물집은 생긴다 싶을 때 재빨리 열을 식히게 양말을 벗어 쉬고 물이 차올랐으면 물을 빼낸 뒤 밴드를 붙이이게 최상책이다. 발바닥에 굳은살을 만들어 놓지 않은 댓가를 치르는 중이다. 우습게 봤다가 첫날처럼 우후죽순 생긴 물집이 며칠째 괴롭히고 약 바르고 밴드 부치고 걷느라 시간을 너무 소비한다. 오르막길에서 만난 후안마(후안 마누엘Juan Maunel의 줄인 이름, 발음이 좀 웃긴다. 특히 마를 길게 발음하면 부산사람인 나로선 ‘푸흡’하고 웃게 된다)의 알베르게 홍보 전단지를 받았다. 무겁고 지친 몸으로 마을에 다다랐을 때 알베르게가 좀 멀어서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호텔에 묵는 느낌이다. 도미토리가 있는 알베르게 였지만 순례자가 별로 없어서 인지 순순히 베드가 3개나 있는 방을 나 혼자 쓰게 해주었다. 큰 콘베니오Convenio를 개조한 곳인데 식당도 같이 있다. 일단 이층 침대가 아니어서 좋다. 고마워 후안마! 여기 알베르게 정말 좋다. 잠시 올라가 본 동네의 작은 성당도 멋있었다. 이번 주 일요일에 시작되는 세마나 산타Semana Santa(성스러운 주간) 준비가 한창이었다. 성야고보 상도 있었다. 야고보님께 무사히 잘 걸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루하루 쉬워졌으면 하는데 내 걸음이 제일 느린 것같다. 어르신들은 발에 모터를 단 것처럼 정말 쑥쑥 가더라! 다들 강철 체력이다. 나는 무엇보다 발이 덜 아프면 좋겠다. 내일도 부엔 까미노!

콘텐츠를 더 읽고 싶다면?
원티드에 가입해 주세요.
로그인 후 모든 글을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