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한 번 사준거 갖고 되게 생색낸다' , 거기서 시작됐다. 그냥 거기서 접고 다음 테마로 넘어가는게 앙금 안 남는 방법이었을게다. 한 번 사준거, 거기에 꽂혀버린건, 한 번 사준거로 내가 그를 챙기곤 했던 모든 것을 퉁쳐버리는데서 오는 섭섭 서운 그와 비슷하고 덜하고 더한 모든 감정 그리고 그와 함께 내가 그를 챙겼던, 기억이 닿는 너덧개의 장면이 촤르르 지나가는 머릿속에서 울린 진동 때문. 애초에 이런거 하나하나 따질 관계도 초월한 수준이고, 나 또한 그로부터 얻어먹은 집밥도 부지기수이기에 누가 더 많이 매겼내 어쩌네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나도 너만큼, 너도 나만큼, 적지 않게 채워주고 마음을 담았다는게 저리 지극히 단순화되고 차치 되어버리는데서 오는, 그런거였다. 거기에 순간, 티가 났는진 모르겠지만, 속부터 달아올랐다. 그리고 더 불나게 했던건, '네가 어디서 챙겨온 거 외에 뭐 언제 사비로 사준 적 있어?' , 그래 그냥 장난으로 낸 생색낸 내가 잘못된거다. 그는 어떤 의도로 그렇게 뱉은건지 모르겠지만, 그 동안 사비 안 들이고 챙겨준 건 그냥 뭣도 아닌거였다는 걸까. 그럼 최소한 상금으로 샀던 피자는 한 조각이라도 기억해줘야 되는거 아니냐 예전에 그런적이 있었다. 너댓명 있는 자리에서, 예전에 내가 그의 이사를 도와줬던 얘기가 나왔는데, 그러다 나온 말이 '나도 이사 혼자 했는데, 얘랑' , 얘랑 혼자한 이사. 이런걸 생각하면 그는 나의 도움이나 챙김을 기본적인 것으로 여기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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