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1 오늘 당신이 느낀 감정은 무엇인가? 기쁨, 슬픔, 행복함, 억울함, 무력감, 좌절감, 수치스러움, 황홀함 등. 이 감정이라는 것은 노력으로 얻는 것이 아니며 뇌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누구도 대비할 수 없으며 미리 알아챌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감정을 보고 지나친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맘대로 왔다가 또 제멋대로 가버린다. 그런데 우습게도 이런 감정을 잘 알아채지도 못하며 설사 알아챈다 하더라도 '그냥 그런가 보다'하며 쉽게 보내버리곤 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 하나하나에 온통 집중하면 삶이 너무 피곤하지 않을까? 느껴도 무슨 감정인지도 잘 모르겠고. 하는 곡소리가 들린다. 물론 그 감정들을 요목조목 따져가며 이건 행복이네 저건 아픔이네 하며 수학문제 풀듯 정의 내리는 일은 너무나 수고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감정을 따지는 것이 아닌 직면하고 인정해야 하는 태도다. 예를 들어 회사 팀장이 내가 한 일이 아님에도 "너 때문에 이렇게 망쳤어 당장 해결해."라며 소리쳤다 가정해 보자. 보통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아씨 내가 한 것도 아닌데 왜 저래, 왜 내가 해야 해? 짜증 나게." 한다. 그렇게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을 '짜증'이라는 상태로 정리해 버린다. 하지만 실은 그 속에는 억울함이라는 감정이 자리하고 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 핀잔을 들어야 하는 상황을 견디는 것이 화가 나는 것은 사실 억울함에서 시작되었으며 이 때문에 짜증으로 번진 것이 내 감정의 상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감정을 챙기려 하지 않으며 되려 눌러 담아 숨기기 바쁘다. 내가 억울해하는 이 감정을 드러냈다가는 더 큰 잔소리를 듣기 때문일 것이며 그런 나를 공사 구분이 안 되는 사람이라는 편견에 가둬버리기에 더 큰 수치심을 겪고 싶지 않아서일 것이다. 감정에 솔직하고 싶음에도 그럴 수 없는 환경에 놓여있어 애써 무시하고 지나치려 노력하는 격이다. 자연스레 물밀듯이 흘러들어오는 본능적인 반응을 무시해야만 그리고 억눌러야만 살아갈 수 있기에 자연의 힘을 거스를 수 있는 더 큰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정리되지 못한 채 남은 부정적인 감정은 역시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겹겹이 쌓인다. 당장엔 보이지 않더라도 점점 퍼져버린다. 살짝 핀 곰팡이를 무시하다 점점 퍼져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때처럼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기쁨과 행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꽤 무딘 편인 듯하다. 친구들과 하하 호호 웃고 떠들면 단순히 기분이 좋나 보다 해버리고 갖고 싶었던 것을 사는 날이면 행복한가 보다 한다. 하지만 이 행복이라는 감정 역시 너무나 중요하다. 나의 예로는, 매일 글을 쓰며 느꼈던 처음의 감정은 재밌다였다. 호기심에 시작한 일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너무 좋다. 내 생각을 나의 언어로 자유로이 표현하는 것, 또 이를 보고 이야기가 통하는 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이로 하여금 생각할 수 있는 영감들이 떠오르는 것 등 이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 감정을 들여다보면 나는 생각을 표현하고 서로 주고받으며 나누고 통할 때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감정은 곧 나를 나타내는 설명서와 같다. 감정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 감정을 느끼며 이에 대한 반응을 살피며 나를 알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스무고개 하며 퍼즐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감정을, 감정을 느끼는 상태를 그대로 마주 봐야 한다. 그 상태가 부정이든 긍정이든 간에 관계없이 눈 똑바로 뜨고 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나를 알 수 있고 온전한 나로 살아가며 내 삶의 결정권을 쥘 수 있는 악력이 생긴다. 단 여기서 주의점은 나의 감정을 상대에 투영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짜증이 날 수 있지만 그 짜증 한 바가지를 다른 사람에게 뒤엎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감정은 솔직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나의 감정은 내가 다룰 줄 알아야 하며 내 바운더리 내에서 다듬어야 한다. 그리고 그 후에 그 상태를 느꼈던 진정한 나 자체가 되어 성숙한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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