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정체기에 단비 같은 존재들 - "지금 팀에 필요한 건, 다른 습관이나 관성 없이 정확히 우리 조직에 딱 맞는 업무방식을 바로 흡수할 인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델러가 있는 다른 업계는 이렇게 하는데', '다른 회사에서는 이렇게 했는데'와 같은 생각들이 아예 없는 분들이요. 거기에 존재만으로 활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에너지 넘치는 분들이 계시다면, 제가 현재 우리 목표를 위한 최적의 업무 방식을 3개월에 걸쳐 학원처럼 교육시키겠습니다. 초반에는 팀원들과 완전히 분리시켜서 최적의 업무 방식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 이후로는 기존 팀원들에게 사수 역할을 맡기려고 합니다. 인턴들이 기존 구성원들을 리스펙 하면서 팀에 자연스럽게 섞여들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 같고, 기존 구성원들도 사수로서의 책임을 안고 인턴사원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들으시던 본부장님은 바로 "만약 인턴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기존 경력직들이 못 한다면 난리나겠..."까지 혼잣말을 하시고서는 웃음을 터뜨리며 저를 가르쳐 "이 악마! 저 사람 악마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인턴사원을 뽑고자 했던 의도에는 팀원들로 하여금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살펴보고, 그것을 남에게 가르치면서 스스로도 더 잘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적어도 인턴사원들보다는 좋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자극을 받아 마지막 한 계단을 오를 힘을 쥐어짜 목표 완수라는 정상에 발을 디뎌보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활기찼던 첫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고 마지막 스퍼트를 내주었으면 하는 마음 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긴 시간 팀원들을 보아 오면서 그분들의 됨됨이와 열정, 실력을 굳게 믿지 않았더라면 할 수 없는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저는 팀원들이 실력 있는 인턴사원들을 입사시켰을 때 기존 팀원들이 인턴사원들에게 싸늘하게 눈치를 주어 그들이 충분히 더 잘할 수 없게 만들 경우에 대해 혹은 그들을 교묘하게 괴롭혀 실력이 아닌 다른 방면으로 기를 죽이거나 가스라이팅을 할 가능성에 대해 깊게 고민해야 했을 것입니다. 내가 노력해서 나아지는 것보다는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훨씬 더 편안한 길이고, 특히 그 대상이 나보다 불안정한 위치에 있을 경우 깎아내리고 괴롭히는 일은 본인의 자존감을 올려주는 비틀린 즐거움까지도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훌륭한 역량을 가진 새 팀원이 들어올 때마다, 뭐 하나라도 더 도와주고 싶고 한마디라도 더 걸어주고 싶어서 두근거리는 눈으로 모니터 사이를 기웃거리던 저희 팀원들을 대상으로 상상을 해보면 마치 교생 선생님으로 처음 나가게 된 사범대 학생과 같이 본인들이 대학생 인턴들의 사수가 된다는 사실에 두근거리며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지 연습하고 준비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인턴들을 초반에 격리시키는 데는 기존 팀원들이 미리 인턴분들의 성장 속도와 방향을 지켜보며,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두 집단이 대면했을 때, '어? 인턴인 내가 더 나은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어느 구석에서라도 들지 않도록 미리 역량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인턴들을 만난다면, 존경 어린 눈빛을 받으며 앞으로 더 나아갈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있었고, 기본적으로 모두가 지금 조금 지쳤을 뿐, 잠깐 숨을 돌리고 또 배움을 향한 열정이 넘치는 신규입사자들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마지막 한 발을 디딜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고 믿었습니다. HRBP분과 디자인팀, 그리고 저희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포스터까지 완성하고, 커리큘럼을 짜면서 두근거리며 지원자를 기다렸습니다. 공고가 열린 첫 주동 안은 원래 서류 지원은 가장 막판에 몰린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너무 적은 지원자 수에 마음을 졸여야 했습니다. '지원자가 너무 적어서 그간 도와주시고 고생한 것들이 다 물거품이 되면 어쩌지?' 그리고 걱정은 걱정을 물고 왔습니다. '우리 그룹에서 인턴을 뽑는 것 자체가 처음이고, 심지어 이 일을 경력이 1년도 안 된 초보 팀장이 총괄하는데, 또 겁 없이 행동부터 해버린 것 아닌가? 내가 이걸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적으로 감당해 낼 수 있을까? 심지어 이렇게 코로나가 한창인 시국에?' 일단 저질러놓고 걱정하면서, 스스로 불러온 고난에 머리를 쥐어뜯는 일도 지긋지긋한데 왜 나는 늘 일을 벌이고야 마는지 자책하는 시간들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공고 마감일 당일, 마감일 외의 날짜에 들어왔던 전체 지원자를 다 합한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지원자들이 지원서를 제출해 주었습니다. 그 덕에 저에게는 3일간 모든 9 to 6 모든 시간을 인턴십 지원자 1차 면접에만 몰아 쓰는 강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을 매니징하게 되었다 (13) https://brunch.co.kr/@clipkey/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