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8 Chap 4.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요? 그래서 써내야만 한다. 깜찍한 성적으로 대학을 가기엔 역부족이었다. 읽기도 쓰기도 무진장 싫었는데 어쨌거나 대학이란 곳엔 가야 했기에 논술 학원을 다녔다. 뭘 어찌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무튼 가긴 했다, 대학에. 랜덤 뽑기에 당첨되어 입학원을 얻은 게 아니었을까 했다. 쓰기 앞에는 언제나 부담감이 득실거린다. '정답'이라는 높은 벽 때문이었는데 '틀림'을 마주하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부끄러워 서였다. 그래서 그토록 싫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요즘 쓰는 삶이 꽤 좋다. 아마 정답이 필요한 일이 아닐뿐더러 틀림이 아닌 다름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 줄줄 써 내릴 때면 엉켜있던 실뭉치가 한 가닥, 두 가닥 풀리곤 했다. 요동치는 마음이 금세 고요해지는 날도 많았다. 또 나의 좋고 싫음, 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등 기대했던 것보다 더 많은 힌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물밀듯이 넘쳐흐르는 생각들을 천천히 글로 옮겨낼 때 비로소 나를 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어려워도 즐거웠고, 계속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기록을 통해 글쓰기가 나의 행복임을 알았고, 셀 수 없이 많은 깨달음이 또 나를 쓰게 하는 동력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문에 나는 깨달음을 얻어 글을 쓰고 글을 쓰며 깨닫곤 한다. 꺼져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지금 당장 장작이 몹시 필요한 상황인데, 곧바로 장작이 구해지지 않을 때도 많다. 쉽게 생각했었으나 바로 얻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그 과정에서 충분히 헤맬 수 있다. 지루하고 지칠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의 삶은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은 버는데 마음은 채워지지 않을 때,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 나를 잃어버린 것만 같은 불안이 도사릴 때. 그럴 때 우리는 물질과 쾌락, 욕망을 쫓지 않고 한 걸음 뒤에 서서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를 좇아야 한다. 그 본질을 찾아 나를 들여다 보고 그 깊은 곳에서 피어나는 동기가 나의 앞으로의 행복을 응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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