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1개월, 구직 어플을 다시 깔다. 무한도전이 종영한지 6년 여전히 나는 무한상사를 본다. 사직서를 꺼냈다 넣는 박차장, ‘아유 하기 싫어’ 라며 면전에 푸념하는 박차장이 유부장보다 정이 간다. 하루에도 몇장의 사직서를 쓰고, 수시로 창업 아이템을 떠올리고, ‘아유 하기 싫어’ 그 짤을 조용히 떠올린다. 그럼에도 그간 구직 어플을 깔지 않았던 이유는, 할 수 있다는 나의 작은 희망이 소화돼버릴까봐, 지푸라기라도 나의 의지가 꺾여버릴까봐. 이미 오래 전에 내가 버티고 일하는 모든 이유는 회사가 아니라 내 스스로가 되어버렸다. 내가 이룰 수 있는 어떤 성취와 미래가 단지 발 방향을 바꾸는 작은 일에도 틀어져버릴까봐 겁이 났다. 그러다 구직 어플을 다시 깔게 된 건, 무엇을 이루거나 이루지 못한다는 게 나의 선택으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나의 작은 체념으로 일을 그르치는 것이 아님을. 전환은 곧 다른 가능성을 의미함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일 하는 중간중간 수시로 뜨는 구인 알람이 묘하게 원동력이 된다. 세상엔 사람을 필요로 하는 회사가 많고, 나의 가능성도 그 만큼이나 많구나. 내 인생은 회사보다 넓다는 사실이 사람을 여유롭게 한다. 마음은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생각이 부유한다. 가끔 마치 금요일 퇴근 길에 배달 어플을 살피듯 채용 공고를 본다. 자세한 설명과 리뷰들로 이 곳에 가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내가 좋아할 곳인지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지 세어본다. 주에 5일은 야근을 하는 직원 몇십 명은 한번, 이런 얘기를 듣기도 했다. 어려운 사업이니 그만큼 열심히 해줘야 한다는,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있을 이유가 없다는. 사람들에겐 많은 가능성이 있고, 선택권이 있다. 더 이상은 희박한 가능성에 대한 강요가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지 않는다. 물론 언제는 그랬겠냐마는, 사람들은 이전보다는 더 많이 어쩔 도리들을 접한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사람들은 굳이 전화해서 구구절절 배달을 요청하지 않는다. 가게들이 서비스다 배달비다 우리 가게를 선택할 이유를 제시한다. 어쩌면 회사도 그래서 탄력근무제, 재택 근무 등을 점점 더 제시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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