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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원들의 팬이 된다는 것 - 혹시 데뷔 전인 아이돌 연습생들이 출현하는 프로그램을 보며 연습생들을 응원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그것이 서바이벌이든 다큐멘터리이든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진심으로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저 노력들이 꼭 보상 받았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 실패 앞에서 주저앉아 울 때 당신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여기에 있으니 제발 슬퍼하지 말아 달라고 전하고 싶은 마음들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가 우여곡절 끝에 멋지게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면 너무나 훌륭하고 자랑스럽지요. 그들이 원래부터 완성에 가까운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면 그 실력을 온 세상에 당당히 보이게 된 것이 감격스러울 것이고, 아쉬운 실력을 가졌지만 ‘나는 글렀다.’며 주저앉지 않고 매일매일 치열하게 노력하고 성장해 목표를 달성해 낸 모습이 대단하게 보일 것입니다. 만약 그 목표를 이루는데 있어서 나의 응원이나 투표가 도움이 되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고 기쁘겠지요. 저보다 훌륭한 역량과 인격을 가진 분들을 매니징을 하면서, 저는 이 일이 ‘국민 프로듀서’가 되는 것과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이타적인 사람들을 채용한 다음에 매니저가 할 일은 완성형 시니어라면 그 모습을 온 세상이 다 알 수 있게 멋진 성과를 낼 때까지 온 맘 다해 돕고 응원하며 지원하고 열정적인 주니어라면 피나는 노력을 계단삼아 쭉쭉 성장하는 모습에 눈물 닦으며 등을 받쳐주는 일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이것은 극소수의 시기를 제외하면 서바이벌도 아닌지라 모든 참가자들의 성공적인 데뷔를 진심으로 응원할 수도 있습니다. 훌륭한 구성원들로 팀을 채워가는 것과 팀원들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머리를 쥐어짜며 시스템을 짜는 것, 회사가 필요한 일과 팀원들이 직무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방향이 다를 때 어떻게든 그 둘을 악수 시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제가 진심으로 응원하는 연예인들과 매일매일 한 사무실에서 일한다는 기분은 그 모든 힘듦을 상쇄할 만큼 가슴 벅찬 일이었습니다. 팀원들의 팬이 되는 순간 모든 힘든 일들이 다 제가 하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되었고, 보상 없이도 할 일을 급여까지도 받으며 하는 기분이 들어 신이 났습니다. 지나가다가 팀원들의 멋진 작업물들을 볼 때마다 진정한 팬심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사와 주접이 터져나왔고, 아쉬운 부분이 보일 때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까 고민하곤 했습니다. 작업에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단 벌떡 일어나 무엇이라도 하게 되었고 그러면 원래도 훌륭했던 팀원들은 갈수록 더 발전된 퍼포먼스로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훌륭한 팀원들이 모인 팀에서 팀장이 팀원을 ‘덕질’한다는 것은 적어도 제 경험상으로는 장점 밖에 없는 방향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후 제 후임 매니저 분이 오셨을 때도, “우리 팀에 정말 훌륭한 분들이 모여 계시니 진심으로 팀원들을 사랑하셨으면 해요. 안 될 것 같지만 그리고 그건 노력으로 되거든요.”라며 팀원들의 팬이 되시기를 꼭 부탁드렸습니다. 후임 매니저 분은 좋은 말씀이라는 느낌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셨지만, 전해들은 제 친구들의 반응은 영 달랐습니다. “이유 없이 싫은 사람도 있고 이유 없이 좋은 사람도 있는 법인데 어떻게 내 팀원이 됐다고 생판 남이던 사람을 오늘부터 막 사랑해?” 옆에서 듣던 다른 친구도 표정없이 동의를 표했습니다.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맞을 수도 있지만, 역으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훌륭한 작업물에 반해서 열심히 한자한자 편지를 적었던 사람들, 그리고 처음으로 대면할 때는 평소 쓰지도 않던 아이패드까지 오로지 그 분들과의 커피챗을 위해 사서 준비하며 공을 들였던 분들, 그렇게 해서 수락받았을 때 너무나도 기뻤던 시니어 분들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커피챗과 면접을 통해, 지금까지 이 일을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감명받았던 주니어 분들, 그 이후 1on1을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듣고, 한발한발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다른 팀원들과 즐겁게 일하시는 하루하루를 지켜본 모든 팀원들 이들에게 애정을 갖지 않을 수 있나? 채용 과정부터, 뽑는 내가 더 치열하게 채용 과정을 함께 걸어왔고 단 한명도 팀에서 소외된다고 느끼지 않게 하려고 늘 촉을 세우고, 이후로도 한발짝 한발짝을 매일매일 함께 걸어왔고, 그러고도 팬이 되지 않을 수 있나? 그들이 성장을 이뤄냈을 때 눈물이 안 날 수가 있나? ‘마음아, 저 사람을 좋아해라!’라고 100번을 외치는 노력은 소용이 없을지 몰라도 시작부터 함께하는 날까지 쭉 그 대상의 장점을 늘 바라보고 존중하고 그것을 끝없이 표현하고, 함께 행복하고 보람찬 하루하루를 보내기 위해 하는 치열한 노력은 분명 그렇게 하는 모든 대상에게 깊은 애정과 연대감을 갖게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지 않는 분들도 계실테고, 그때 느끼게 되는 아픔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아무리 겪어도 무뎌지지 않을 정도로요. 필요 이상으로 일을 하게 되어 육체적으로 피곤한 날들이 이어질 때는 간혹 ‘마음을 너무 쏟고 있나.’하는 생각에 잠길 때도 있었습니다. 팀원들의 팬이 될 때만 느낄 수 있는 행복감과 뿌듯함, 함께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의 짜릿함은 몇달간 잠도 못 자고 퀭해진 얼굴로 ‘그래도 아이가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초보 엄마 아빠들의 마음이 내가 느끼는 마음과 비슷할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귀한 경험이었습니다. 사람을 매니징하기에 힘들 것은 언제 어디서 조직장을 맡든 고정값이라면, 그 외에 내가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세팅에서 ‘사람을 매니징하기 때문에만 얻을 수 있는 그 꽉찬 무언가’를 최대화 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연이은 회의로 넝마가 되어 자리로 돌아온 뒤 진심으로 팀원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진짜 저는 여러분 보려고 회사에 나와요. 정말로요.” -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을 매니징하게 되었다 (7) https://brunch.co.kr/@clipkey/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