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의 끝자락, 유일한 내 자유시간이 생기자마자 회사에 제출해야 할 북 리뷰를 준비했다. 회사에서는 도무지 짬을 내서 하기 힘든지라 매번 주말을 할애한다. 이럴 때면 물리적인 시간의 부족함 vs 내 시간 분배능력의 부족함 사이에서 누구의 편에 서야할지 난감하다. 늘 일상이 업무로 뒤덮이는 걸 경계해왔다. 그로 인한 모든 것의 소진과 무기력함을 제대로 경험해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업무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보려해도 이렇게 쉽지 않은 순간이 자꾸 찾아온다. 칼로 물베기보다도 삶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어렵다. 어찌어찌 하기로 한 일을 마치고 하루를 보냈다. 일단 잘했다고 칭찬해준다. TV로는 모닥불이 타고 있는 ASMR 영상을 틀어놓았다. 멍하게 있다가 자려고 했는데 '나 정말 잘한건가' 떠오르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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