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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9 -과거의 그림자 Past. 지나온, 이미 지나가버린 것을 우리는 과거라 한다. ‘과거’하면 거미줄쳐진 낡은 책장 구성에 꽂혀있는 책처럼 아득하고도 무거운 느낌. 나름 좋은 거 먹고 하고 싶은거 하며 배 뜨신 나날들 보내왔던 나지만 왜일까? 어쩌면 가슴한켠 크고 작은 생채기에 남몰래 밴드 붙이며 살아온 날들이 떠올라 그럴지도 모르지. 풀내음 가득한 넓은 들판에 잔잔하게 부는 바람처럼, 민들레 홀씨 흩날리는 파란 가을하늘을 위로하고 돗자리 펴 누웠던 그런 날처럼 충분히 행복했었다. 그렇지만 이리 치이고 저리 구르며 충분히 아프기도, 슬퍼하기도 했었다. 그런 아픔과 슬픔, 검게 물든 내 지난 날들이 내겐 아픈 손가락이었다. 살짝 베여 피 한방울 떨어질듯한 상처로 치료가 필요하면서도, 유독 더 마음 쓰이는 그런. 그 자국위에 연고를 덕지덕지 발라 새살이 돋기를 바랐지만 가끔은 덮을 수 없는 것도 있더라. 그치만 또 살아보니 그 어둠이 마냥 시커멓지는 않은것 같다. 나의 결핍과 미숙함 그리고 미성숙함 같은 것들이 가끔은 나침반이 될 때도 있는 걸 보면. 보일듯 보이지 않고 형체를 알 수 없으면서도 미완성된 이 그림자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빛을 등지고 만들어내는 그늘처럼 각기 고유한 모양에 따라 다른 그림을 그려낸다. 이 그림자가 다른 형태를 보인다해서 혹은 색을 달리한다고 해서 우리는 이상하다고 손가락질 하지 않고, 또 놀리지 않는다. 왜냐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들이니까, 고로 숨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니까. 단지 어두운 색을 칠한 것일 뿐 그마저 또 다른 색이라는 말이다.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와 아들러는 인간의 행동을 보는 시각을 달리한다. 프로이트는 문제의 원인이자 내 행동의 이유를 ‘무의식’에서 찾는다면, 아들러는 그 이유를 ‘무의식’에서 발견하더라도 나의 행동은 ‘목적’에 의해 결정된다 얘기한다. 회색빛 칠해진 나의 발자취는 사라질 수 없고, 그 과거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수치심을 가장 두려워하고 쓸데없는 자극의 밭에서 굴러 누군가의 평가에 자유롭지 못한 우리이기에 직면하기는 커녕 숨어다니기 바쁘고 두려워한다. 다만, 숨는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숨었기 때문에, 그리고 숨기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이 미치고 펄쩍뛰는 세상에서 스스로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나만의 승리를 거머쥐겠지만 어쩌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이 그림자를 한번 유심히 살펴보고 느꼈다. 오색빛찬란한 색은 아니지만 고유한 빛을 당당히 내고 있고,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그 빛과 그림마저 감싸안고 나아가는 거다. 찬바람 드는 이른 아침, 모자와 두툼한 자켓 하나 걸친 채 문 앞을 나섰을 때 다른 색의 모자와 자켓을 걸쳐 내 뒤를 따르는 이 그림자가 어쩌면 내 곁의 묵묵한 버팀목이 되어 또 다른 찬란한 여정을 함께 그려낼 준비를 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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