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04 Part 2. 악셀에서 발 떼기 달력은 몇 개나 찢겨 없어진 지 오래고, 삶이라는 게 시작되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참과 거짓 사이에 서서 발악하는 날이 한 둘이 아닌데, 설사 정답을 맞혀도 끝이라는 게 있는지도 참 의문이다. 난 대체 어디서 왔는지 뭐 땜시 이 땅에 도착한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관자놀이가 저릿했다. 옆 자리 과장님이 "한식 좋아해요?" 하면 "좋아합니다!" 했고, "된장찌개 괜찮아요?" 하면 "네 된장찌개 무척 좋아합니다." 하며 자동 응답기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된장찌개는 오늘 별로네요, 그쵸?" 하면 "오늘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하며 복사해 붙여 넣기 바빴다. 내 생각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정말 된장찌개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찌개 속에 옹기종기 모여 웅크리고 있는 포슬한 두부를 좋아했던 건지. 또 아니면 윤기 나는 흰쌀밥 위에 찌개 얹어 슥슥 비벼 먹는 식감이 좋았던 건지 알지 못했다. 내가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골머리가 지끈거리도록 생각했지만 모르겠는 것이었다.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이미 움푹 눌린 재생 버튼이었으나 그 영화 속 주인공인 나는 아무런 힘 없이 두 손 떼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내가 나를 외면했으면서, 사소한 관심도 주려 애쓰지 않았으면서 쓸데없는 것들에 아까운 애정을 몇 스쿱씩이나 퍼주기 바빴었다. 그래서 속도위반으로 딱지 떼이기 전에 브레이크를 꾹 밟아야 했다. 다 내려놓고 멈춰 서야만 했다. 나의 생각, 마음, 기분, 감정 등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을 세심히 보아야 했고, 늪에 빠져있던 이들을 하나씩 길어 올려 말끔히 닦아내고 보살펴야 했다. 시간을 내서라도 그 근원에 대해 심오하게 생각해야 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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