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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3 간만에 소풍을 다녀왔다. 김밥 한 줄 없는 나들이었지만, 김밥 만치로 꽉 찬 하루였다. '회사 만들기'라. 사뭇 이질감 느껴졌었는데 웬걸, 벅차오르지 못해 벅차 흘러내려서 겨우 마음 부여잡았다. 휴 - 그 마음을 지금부터 쏟아낼 예정으로 혹 스포가 싫다면 왼쪽 화살표를 얼른 클릭하길 바란다. 아, 장장 6개의 이야기로 조잘거릴 예정이니 이 또한 참고하길 바라며. 안녕하세요, 오늘 저의 소풍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장료는 무료예요- 오늘 소풍의 제목은 '나 만들기'입니다. Part 1. 무작정 떠나기 개봉박두! 서울 △△병원. 축하합니다, 오전 7시 50분 태어났습니다. 꽁꽁 숨겨두었던 내 목소리를 드디어 공개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에 볼 빨간 얼굴을 하고 세상에 나를 알리라 당당히 전했다. 하얀빛 사이로 시커먼 그림자가 이리저리 움직였지만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기쁨에 찬 눈물과 화목한 웃음소리만이 바글바글 했을 뿐이었다. 알람이 삑-하고 울리면 손 등에 3방울 내어주고 나서야 따뜻한 우유를 먹을 수 있었고, 안에 남아있는 우유 향기마저 모조리 마셔버리고 나면 누군가의 가슴팍에 포옥 안겨 칭찬들을 수 있었다. 온종일 남사스러운 실수 투성이었음에도 고함치는 이 하나 없었고 눈꼬리 입꼬리가 마치 손 잡을듯한 그런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이상하지만 뿌듯했다. 내 역할을 그리고 의무를 멋지게 잘 해낸 듯해서였다. 세상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보이면서부터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하하 호호 웃으며 놀이터에서 숨바꼭질했던 나도 있었고, 짙은 빨간펜으로 그린 숫자 100이 대문짝만 하게 보이는 시험지를 자랑스레 펄럭이며 다녔던 나도 있었다. 또 들통나기 쉬운 얄팍한 거짓말로 호되게 혼나 발가벗은 채 벌서며 엉엉 울었던 나도 있었더랬다. 그렇게 세상이란 곳을 모험했다. 꿈에도 몰랐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 여행이라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도 미세하고 정교해서 그 시작 지점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찾을 수는 없었지만, 이미 출발했다는 것만은 잘 알 수 있었다. 도전인지도, 모험인지도 몰랐는데 눈을 떠보니 배에 올라타 있었다. 재밌기도 했지만 겁나기도 했고, 행복하기도 했지만 막막할 때 역시 많았다. 그걸 대부분 인생이라고들 한다기에, 그냥 그런 줄 알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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