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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은 100명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회사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 "한번 상상해주시겠어요? 100명이 재직 중인 어떤 회사가 있는데, 그곳에 소속된 모든 직무, 모든 직군의 사람들이 지원자님과 똑같은 성격, 똑같은 역량, 똑같은 기준, 똑같은 내면을 가진 분들로만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요? 대표님부터 대학생 인턴분까지 지원자님과 똑같은 분이라면 그곳은 어떤 분위기 일 것 같고, 어떤 식으로 다들 일을 하고 계실지 상상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팀원들을 채용할 때 면접에서든 커피챗에서든 늘 드렸던 질문입니다. 여러분이 누구에게도 그 모습을 설명할 필요없이 혼자서만 상상해보신다면, 머릿속에 어떠한 회사가 그려지시나요? 그리고 입사 지원자로서 이런 질문을 받으셨다면 면접관에게 어떤 답변을 해주실까요? 전자와 후자의 모습은 다를 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단점을 더 빨리 떠올리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딱 한가지 종류의 사람들로만 이루어 진 큰 집단이 완벽하기도 굉장히 어려울테니 부정적인 모습을 먼저 떠오르는데 면접이다보니 "생기기도 전에 망하는 길 밖에 안 보이는데요."같은 답변을 했다가는 스스로가 부정적으로 비칠 것만 같아 이야기하기 쉽지 않을테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꿈꾸는 삶이에요!"라고 답하려니 너무 사회성 없는 나르시스트같아보이지는 않을까 다시 고민이 몰려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흐름을 거쳤기 때문인지,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은 "한 사람으로만 구성된 회사는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저는 다양한 사람들과 일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답변은 동문서답입니다. 저는 '한 사람만으로 구성된 회사가 완벽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또는 '1가지 타입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회사가 성공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의 의도는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할 줄 아는지 테스트하기.'가 아니기 때문에 동문서답을 한 모든 지원자들께는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실 수 있도록 다시 질문을 드리곤 했습니다. "상상하신 기업이 좋을지 나쁠지를 여쭈어 본 것은 아닙니다. 그 기업이 어떤 분위기일 것 같고, 구성원 분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그 상상한 회사를 둘러보면서 묘사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이렇게까지 다시 질문을 드리면, 열심히 모범답안을 생각하시던 분들도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장점이 아예 없는 사람도 없기에 '최고일 것 같다.', '아주 별로일 것 같다.'는 식의 평가는 이 질문에서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달으시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나면 좋다 나쁘다를 떠나 상상 속 회사의 특징들을 말씀해주시기 시작합니다. ( ※ 아래는 많은 답변들의 형식을 차용하여 만든 예시문이며, 특정 지원자들의 면접 답변은 아닙니다. ) "다같이 열심히 일하기는 하는데 리더십 있는 리더가 없어서 방향을 못 잡고 다들 열심히만 할 것 같아요." "저는 스스로 색깔이나 주장이 있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보고 그 빈공간의 모양을 채우는 슬라임 같은 성질의 사람이라서, 다 똑같은 사람이 모였는데 역설적으로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오너십이 있어서 다들 책임감을 갖고 일하기 때문에 굉장히 빨리 성장할 것 같습니다. 다만 다들 주장이 강해서 자주 싸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다들 직무에 대한 공부를 엄청 열심히하고 붙임성이 좋아서 구성원들끼리는 서로 많이 친하고 엄청 시끄러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실제 성과를 낼 지는 의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점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임에도, 직접적으로 '당신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할 경우 십중팔구 장점으로는 열정, 성실성, 끈기,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단점으로는 '너무 꼼꼼해서 간혹 숲을 못 보는 것이 단점'과 같이 장점으로 포장될 수 있는 단점들을 말씀해주십니다. 반대로 아주 편안한 자리, 그 말이 평가되지 않는 자리에서 자신에 대해 말씀해달라고 요청드리면 단점만 한가득 말씀해주시고 장점은 모르겠다고 하시곤 합니다. 심지어 '100명의 나' 질문에 멋진 답변을 주시고 뽑힌 팀원 분들이 입사하신 후, 그 질문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솔직한 심정을 여쭈어보면 대부분이 '이미 다 망해있어서 둘러볼 수가 없어요.', '엉망인데요...?'와 같은 생각을 하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나의 장점을 어필해야 하는 곳에서 단점만이 떠오르는 질문을 하되, 그것이 '내가 보는 나'이기보다 '타자화 된 나'일 때, 장점과 단점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룬 객관적인 스스로의 모습을 묘사해 주시는 것으로 추측하고 이러한 질문을 드려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실 상상 속 그 기업이 이미 망해있는지 데카콘 기업이 되어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이 그 기업의 원동력이 되고, 무엇이 그 기업의 장애물이 되는지만이 중요했습니다. 모든 개인에게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점은 법과 도덕의 울타리 안에 있다면, 어디서 어떻게 발현되느냐에 따라 단점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누군가의 장점은 있는 그대로, 누군가의 단점을 중화시켜주기도 하지요. 그렇기에 함께 일하는 우리는 그 단점을 혼자 덮을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다른 팀원들이 당신의 단점을 보완해줄 것이고, 당신은 억지로 노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다른 팀원의 단점을 보완해줄 것입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단점에 대해 방어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당신이 우리팀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지, 내가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솔직하게 알려주세요. 이러한 마음을 담아 저는 아래와 같은 후속 질문으로 면접을 마무리하곤 했습니다. "말씀해주신 기업에서 '너무 똑같은 사람들 뿐이라 어려움이 있으니, 다른 타입의 사람을 뽑아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면 당신은 어떠한 분을 가장 처음으로 채용하고 싶으신가요?" 이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은 무엇인가요? -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을 매니징하게 되었다.(4) https://brunch.co.kr/@clipkey/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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