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라면의 달인이다.
그저 조리법대로 하는 것 같지만 내가 끓인 라면보다, 엄마가 끓인 라면보다 맛있다. 면이 다 먹을때까지 탐스럽게 꼬들거린다.
아빠는 다른 음식을 할 줄 모른다. 그러나 라면만큼은 정말 끝내준다.
우연찮게 먹어본 아빠의 라면에 감탄했을 때, 아빠는 흐뭇하게 웃으며 몇 년간 몸에 배인 고급기술이라며 내심 자부심이 있는 듯 하였다.
“아빠, 나는 끓는 시점에 면을 넣어도 맛이 달라지지 않아. 왜 그런걸까?”
“넣는 게 다가아니야. 제일 중요한 건 젓가락 기술이지.”
아빠가 라면을 잘 끓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인지도 모른다.
매일같이 밤 11시 넘어서 퇴근하시는 아버지의 식탁은 변변치 못하다. 밤늦게 출출하실 아빠를 위해 엄마가 간혹 야식을 준비해놓곤 하지만 매일같이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빠는 자연스럽게 라면 요리사가 되었다.
술을 마시고 나서 해장할때도, 간식으로도, 심지어 아침식사로까지 아빠는 라면으로 배를 채운다.
또한 아빠는 삼양라면만 먹는다.
다른 라면은 자극적이고 msg라는 화학성분이 첨가되어있다나, 뭐라나. 하지만 그것이 아빠가 건강을 챙기는 최소한의 방법인 것이다.
이상하게 난 안성탕면이 맛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