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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왜 당신 말에 따라야 하나요? - 무엇을 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에서, 우선 저는 제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았습니다. 실력과 노력. 이 2가지는 프리랜서였던 저에게는 실패를 안겨준 적 없는 필승 재료들이었기에, 저는 밤낮없이 현상황을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더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안을 짜고, 저희 팀의 업무를 도울 프로그램들을 찾아 새로운 워크플로우를 고안했습니다. 이 방법대로 하면 단기간에 모두가 해야 할 일의 양을 줄이면서 작업의 완성도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새로운 워크플로우와 업무 시스템을 저 스스로 직접 테스트해보았고, 테스트 결과 기존대비 1/4의 시간동안 기존과 비슷한 퀄리티의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저는 의기양양하게 결과를 보고 드렸습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을 사용하도록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충분히 적응할만한 시간이 지나도 팀원들의 효율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분석이 잘못되었나? 내가 짠 워크플로우에 문제가 있나? 새롭게 사용하는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었나? 지금껏 혼자서 기획서를 쓰고 혼자서 고심하던 저는 그제야 팀원들과 면담을 시작했습니다. "새로 도입한 프로그램은 써보시니 어떠신가요?" 그리고 거의 모든 팀원들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같았습니다. "저는 제가 하던 방식이 더 편해서 그 프로그램을 안 쓰고 있어요." 황당한 마음에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다들 알았다는 듯 이야기를 하고, 왜 아무도 쓰지 않았나요? 써보고 불편했다면 불편해서 쓰지 못하겠다는 사실은 왜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은 건가요?" 그러자 다양하고도 적나라한 답변들이 돌아왔습니다. "저희도 경력이 있는 전문가인데, 각자가 제일 빠르게 할 수 있는 팁이 있고 방식이 있잖아요." "해보셨다는 실험 결과는 그냥 하경님 손이 빨라서 나온 것 뿐 아닌가요? 그 결과를 저희에게 강요하시면 저희도 힘들어요." "기존에 하던 작업 방식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데, 어렵게 작업 방법을 바꿔서 작업 시간을 줄이면 무슨 이득이 있죠? 마감일만 더 빠듯해지죠." 관성 극복의 노고를 굳이 감당할만한 보상도 없고, 성공하면 오히려 '작업 기한 줄이기'라는 페널티가 주어지는데, 심지어 제안자에게 권위도 없는 것. 다들 다른 이유를 대지만 이것이 공통적인 문제인 듯 했습니다. 팀장 혼자 최선을 다해도, 팀원들이 따라와 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매니징의 기초를 경험으로 깨우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깨우친 이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팀원들과 친목을 쌓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관계에 기대어 부탁을 할 수도 없었고, 제 권한으로 어떠한 메리트를 보장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제안들은 결국 여러분의 이익으로 이어질 겁니다.'라는 확신을 주는 것,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좋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것, 하나하나의 제안을 팀원들에게 충분히 설득력을 가질 만큼 탄탄하게 하는 것, 그리고 개개인의 동기와 목표를 파악해서 그것을 회사의 목표와 방향을 같이할 수 있게 연결점을 만들어주는 것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향으로 신뢰를 쌓기까지는 시간도 필요했고, 팀원들이 어느 정도는 믿고 움직여 주어야 가능한 일이었기에 실행할 방법이 막막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저의 상사는 이럴 때 이미 그 위치를 인정받는 상사가 초보 매니저에게 그 권위를 나누어주는 것이, 초보 매니저가 고전하는 기간을 크게 줄여주고 새로운 리더십으로 인한 혼란을 오래 끌지 않는 방법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신 분이셨습니다. 팀장으로서 제가 팀원들의 보상 체계 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말씀해주셨고, 제 권한 밖이지만 그룹장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는 부분에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주관하는 회의의 후반부에 직접 참석해서 제가 진행하고자 하는 방향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직접 설명해주셨습니다. 본부 전체 싱크업 자리에서 제가 팀장이 된 사유에 대해 모두에게 설명해주시거나, 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발표할 기회를 여러번 주시는 등, 저라는 사람 자체가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습니다. 이러한 도움을 받는 시기동안 저는 팀원들에게 '돌아오는 인사 평가를 통해 우리 팀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승진하게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마치 입시를 돕는 컨설턴트처럼 팀원들 모두가 인사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게, 평가 3개월 전부터 미리 각 사람의 서류를 만들고 회사에 기여하는 모든 일들을 작성하게 했습니다. 원하는 보상을 얻기에 가장 적합한 방향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팀원들끼리 서로 다른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내용을 보충하고, 중간중간 상황을 체크하며 두각을 보이는 성장 방향을 잡아 가이딩했습니다. 그러자 프로그램을 쓰지 않던 분들이 다 해당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업무 시스템을 통해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점은 바로바로 전달되었고, 저는 바로바로 해결법을 찾아 적용하려 했습니다. 4개월이 지났을 때 저희 팀은 기존과 같은 양의 업무를, 기존 대비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완성하게 되었고, 그룹에서는 그 성과를 모든 그룹원들에게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팀원들의 사기를 높여주셨습니다. 팀의 높은 성과와 개개인의 준비된 성장으로, 저희 팀은 실제로 팀 단위의 조직 중에 반년 만에 가장 많은 인원이 승진하게 되었고, 이후로 훨씬 단단한 신뢰 관계 속에서 팀이 운영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었지만, 어느새 저는 '왜 매니저인지 알 수 없는 사람'에서 적어도 '평범한 팀장' 정도로는 받아 들여지고 있었습니다. - 나보다 훌륭한 팀원들을 매니징하게 되었다.(2) https://brunch.co.kr/@clipkey/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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